대기업 음식점 ‘밥그릇 키우기’ 3년 간 더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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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CJ·신세계·이랜드 같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대한 ‘출점 제한’ 조치가 3년 더 연장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4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제40차 회의를 열고 ‘한식·일식·중식·서양식·기타 외국식·분식 및 김밥전문점·그 외 기타 음식점’ 등 7개 음식점업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동반성장위, 신규 출점 억제 연장
역세권·복합쇼핑몰 등 출점은 예외
2019년엔 ‘중기 적합 업종’서 빠져

앞서 동반위는 지난 2013년 ‘골목 상권’을 대표하는 외식업중앙회의 신청에 따라 7개 음식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에 사업 진출과 신규 점포 출점을 자제토록 권고했다. 이번 연장으로 오는 2019년 5월 말까지 대기업 음식점 출점이 제한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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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역세권이나 복합쇼핑몰에 출점하는 경우와 본사·계열사 소유 건물에 대해선 기존처럼 예외를 인정한다. 구체적으로 수도권·광역시는 교통시설 출구로부터 반경 100m 이내, 그 외 지역은 출구로부터 반경 200m 이내의 역세권에서 출점이 가능하다. 330만㎡ 이상의 신도시나 신상권 역시 점포 개장이 가능하다. 또 상호출자제한 기업 집단에 포함되는 대기업의 경우 2만㎡ 이상, 중견기업은 1만㎡ 이상의 건물과 시설에서 점포를 낼 수 있다.

윤형수 동반위 적합업종운영부장은 “해당 제도는 ‘3년+3년 일몰제’로 6년 후인 2019년엔 자동으로 적합업종에서 제외된다”며 “애초 중소 자영업자들이 ‘예외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기존 방안의 유지로 입장을 바꿨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1만 원 중반에서 2만 원 정도의 가격대지만 중소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매장의 음식 가격은 1만 원 이하로 고객층이 다르다”며 “자영업자들이 임대료가 비싼 역세권이나 주상복합건물에 매장을 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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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에 대해 대기업들도 크게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경기 침체로 대부분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전국 음식점업에 등록된 영업장은 40만 개”라며 “권고대상인 기업들의 식당 전체는 1% 정도인데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상생을 위해 연장 방안에 수긍했다”고 말했다.

윤경훈 이랜드그룹 상무도 “국내에서 외식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정부 취지에 공감하고 이에 협조하기로 했다”며 “대신 지난해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중국에 진출했고, 홍콩이나 대만에서도 출점을 준비하면서 세계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출점 제한 연장에 환영에 뜻을 밝혔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고정원(36)씨는 “골목상권 내에서 경쟁력있는 점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3년간 점포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동반위는 4단계 ‘동반성장지수(최우수·우수·양호·보통)’에 ‘미흡’ 등급을 신설했다. 동반성장지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실적평가(100점)와 동반위의 중소기업 체감도 조사(100점)를 50대 50 비율로 합산해 개별 기업을 4등급으로 구분한다.

지수에 ‘미흡’ 등급이 추가된 것에 대해 강재영 동반위 운영국장은 “공정위와 협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허위 자료 제출 등에 대해 경각심을 주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는 이날 동반성장지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현재 상대평가로 이뤄져 우열을 가리는 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꿔 기업들이 노력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게 하라는 보고서를 냈다.

곽재민·유부혁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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