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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티켓에 덤터기 수수료…항공 요금 ‘꼼수 인상’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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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사장 이모(43)씨는 출장 경비를 아끼기 위해 저비용항공사(LCC)를 애용한다. 이씨는 지난달 초에도 일본 도쿄로 보름간 출장을 다녀왔다.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진에어 카운터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1년 전 같은 곳으로 출장을 다녀왔을 때 무료 수하물 기준이 20㎏이었던 점을 기억해 무게를 맞췄는데 그새 (무료 수하물) 기준이 15㎏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무료 수하물 기준 낮춰 추가 요금
1㎏ 초과당 최고 1만원까지 매겨
노 쇼 수수료 10만원 신규 부과도
저가항공사들은 유료 기내식 확대

진에어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무료 수하물 기준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초과 수하물 1㎏당 7000원씩 5㎏에 대한 수수료 3만5000원을 더 내야 했다. 이씨는 “LCC도 점점 고객에게 부담을 더 지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같은 국적 대형 항공사(FSC)는 물론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같은 LCC까지 각종 수수료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무료 수하물은 줄이고, ‘노 쇼’(no show·예약만 하고 발권하지 않는 경우) 수수료를 신설하고, 마일리지 서비스 제공은 깐깐해졌다.

진에어는 지난해 10월부터 미주 외 지역 국제선 무료 수하물 기준을 기존 20㎏에서 15㎏으로 줄였다. 그러면서 노선 별로 세분화했던 ㎏당 초과 수하물 요금을 지역 별로 묶어 상대적으로 일부 노선은 저렴하게, 일부는 비싸게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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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기존 kg당 초과금이 3700~6100원이었던 일본 노선은 7000원, 기존 7100~9100원이었던 동남아 클락·세부 노선은 1만원으로 각각 올렸다. 반면 중국 시안, 동남아 코타키나발루는 각각 100원씩 ‘찔끔’ 내렸다. 진에어 관계자는 “노선별 초과금이 달라 탑승객이 헛갈렸던 부분을 수정해 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쇼’ 승객에게도 가차없이 대응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기존에 부과하지 않았던 국제선 노 쇼 수수료 10만원을 신설했다. 에어부산은 이달 초 노 쇼 수수료 5만원을 신설했고 진에어는 지난해 10월 노 쇼 수수료를 1만원에서 10만원으로 확 올렸다. 대한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도 노 쇼 수수료 신설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국제선 항공편은 노 쇼 승객 때문에 100석 중 평균 4~5석을 비운 채 운항한다. 회사 손해도 있지만 꼭 해당편을 이용해야 하는 승객 불편함을 줄이고 선진 예약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 쇼 수수료를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일리지 사용도 깐깐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내년 8월부터 마일리지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좌석을 승급한 뒤 예약을 바꾸면 3만원의 수수료를 물린다. 기존에는 예약 변경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무료였던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초창기 무료였던 LCC 국제선 기내식은 유료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티웨이항공은 올 1월 기내식을 전면 유료화했다. 제주항공은 2014년,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6월 각각 기내식을 유료화했다. LCC는 이외에도 사전 좌석 지정 서비스 등을 도입하며 요금을 부과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에 대해 항공사가 항공료를 낮출 여력이 줄자 고객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LCC의 인기로 특가 항공권 경쟁이 불붙으면서 항공사가 소비자가 민감한 항공권 가격을 올리는 대신 상대적으로 반발이 덜한 항공권 이외 요소에 각종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항공사는 관련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고 소비자도 항공권 가격뿐 아니라 기타 규정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항공대 허희영(경영학) 교수는 “예약 부도율을 낮추기 위해 노 쇼 수수료를 신설했다면 항공사도 출발 시간 변경 등 예약 상황을 고객에게 사전에 확실히 통보하고 마일리지 활용 혜택을 늘리는 등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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