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황새 45년 만에 자연부화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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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제199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황새가 자연부화에 성공했다. 지난 1971년 황새의 맥이 끊긴 지 45년 만이다.

충남 예산군은 황새공원에서 방사한 황새 8마리 가운데 수컷 ‘만황이’와 암컷 ‘민황이’ 둥지에서 새끼 2마리가 관측됐다고 23일 밝혔다. 지난달 21일 둥지에서 알 2개가 확인된 지 한 달여 만이다. 망원렌즈로 확인한 새끼 황새는 몸 길이 10㎝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원 측은 짝짓기와 산란 시기 등을 고려해 새끼 황새가 20~22일 사이 태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그 동안 사육 중이던 황새가 산란해 부화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야생 상태에서 태어난 사례는 지난 1971년 황새의 맥이 끊긴 이후 처음이다. 당시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던 황새 한 쌍 중 수컷이 밀렵꾼에 의해 사살된 데 이어 1994년 암컷이 죽으면서 국내에서는 자연부화가 중단됐다.

예산황새공원은 지난해 가을 민황이와 만황이를 포함한 황새 8마리를 자연 방사했다. 민황이와 만황이는 전남 영광을 거쳐 북한까지 날아갔다가 지난달 초 예산황새공원으로 돌아와 둥지를 틀었다. 지난달 7일 짝짓기 모습이 포착됐고 16일쯤 산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새공원은 관람객 출입을 통제하고 영양식 공급을 통해 새끼 황새의 자연 적응을 도울 방침이다. CC(폐쇄회로)TV를 설치해 황새 가족의 일상도 영상으로 촬영키로 했다. 31일엔 황새공원 개원(6월 9일)과 충남도민체육대회 성공을 기원하는 뜻에서 황새 2마리를 방사할 예정이다.

예산황새공원 남형규 연구원은 “황새가 정상적인 기간을 거쳐 부화한 것으로 미뤄 자연에 잘 적응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화한 뒤 65~70일 가량 지나면 둥지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예산=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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