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신뢰와 의심 사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취임했습니다. 근대 이후 중화권 최초의 여성 최고 지도자입니다. 관심이 몰린 ‘92공식(共識)’에 대한 입장은 모호했기 때문에 절묘했습니다. 92공식은 양안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되 ‘중화민국’ 명칭 사용 등은 각자 해석에 맡긴다는 92년 합의를 말합니다. 차이 총통이 속한 민진당은 대만 독립 성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그는 취임사에서 “역사적 사실을 존중한다”고 비켜갔습니다. 경제 침체 때문입니다. 대만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이 넘습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을 여전히 못 미더워합니다. 그러나 양안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가 의심 수위를 낮추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간부들은 시장의 의심을 진화하기 위해 총력전입니다.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너무 낮게 보는 시장에 대해 ‘섣부른 예상’이란 메시지를 강화한 것입니다. 시장의 기대를 배신하는 식의 깜짝 쇼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식의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뜻입니다. 말로 하는 금리 정책에선 젬병인 한국은행이 눈여겨봤으면 합니다. 잠깐이긴 하지만 60여 년 만에 이사도 한다니, 이 참에 시장과의 구원은 다 털었으면 합니다. 한국은행은 내년 6월 남대문로 본관에서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이사해 2020년 6월 되돌아 올 예정입니다.

눈길을 끄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의심하는 사람 1위가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남편입니다. 다음소프트가 3년5개월간의 온라인 게시물 5억3000만 건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10위 안에 아내는 없었습니다. 남편 만이 아니라 ‘아빠’도 의심 대상 8위였습니다. 마침, 내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김영훈 디지털제작실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