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엔 분당 DNA 없어…새누리 찢어질 수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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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누리당은 과연 쪼개질 것인가. 친박근혜계와 비박계 간 갈등지수가 ‘분당(分黨) 임계점’을 넘나들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독재당”(비박 3선 의원), “절이 싫으면 스님이 떠나는 것”(친박 김태흠 의원)이란 말이 노골적으로 나온다.

2007년 친이·친박 대선후보 경선 때
막가파식 싸웠지만 갈라서진 않아
권력디자이너·대선주자 없는 탓도
정진석 교체, 유승민 복당 등이 변수

26년 전통의 보수당(전신 민주자유당 1990년 창당)이 쪼개진다면 대형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 과연 정계개편이 현실화할까. 일단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상황이 심각한 건 맞지만 당이 찢어지진 않을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왜일까.

◆"당 만들기보다 수선 선호”=당 내에선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격돌했던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얘기를 많이 한다. 당시 친박계는 MB를 “전과 14범”이라고, 친이계는 박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의 딸”이라고 공격할 정도로 빗장이 풀린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분당은 없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당시 중립 입장에서 경선을 지켜봤던 이종구(3선) 당선자는 “2007년 같은 때도 갈라지지 않은 게 우리 당”이라며 “박근혜 정부 후반기로 갈수록 친박계도 힘이 약해질 테니 오히려 계파갈등은 조만간 정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5선 중진 정병국 의원도 “새로 당을 만들기보단 수선해 쓰길 선호하는 보수진영에 ‘분당 DNA’는 없다”고 말했다.

◆‘김한길-정동영’이 없다=친박계와 비박계는 서로 “너희가 나가라”고만 외친다. 양측이 서로 밀어내기만 하는 이유는 단순히 “당을 지킨 쪽은 우리”라는 명분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친박·비박 양쪽에 신당의 밑그림을 그릴 ‘권력 디자이너’와 디자이너가 내세울 만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것이 진짜 이유다.

지금의 새누리당과 표면적으로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2007년의 열린우리당이다. 당시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은 공중분해됐다. 그때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대통합신당을 만들기까지 과정엔 ‘김한길(설계자)-정동영(대선후보)’ 조합의 역할이 컸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다선 의원은 “현재 친박계나 비박계 모두 ‘정동영급’만 한 대선주자도 한 명 없고, 김한길도 없다. 어느 쪽이든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대통령에 달려”=새누리당 분당 위기는 아직은 ‘말’만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을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은 당내, 당 바깥에 여전히 잠복해 있다.

친박계에선 “이참에 원내대표도 ‘진박’으로 갈아치우자”는 얘기가 솔솔 나온다. 친박계가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당 대표 권한대행)직은 물론 원내대표직까지 ‘회수’하려 할 경우 친박 대 비박의 싸움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복당을 친박계가 끝내 막아설 경우도 불씨를 키울 수 있다. 유 의원이 정의화 국회의장이 퇴임 이후 형성해보려는 ‘제3세력’ 같은 곳에 합류할 경우 보수신당 논의는 빠르게 커질 수 있다.

현재 ▶정진석 원내대표 교체 ▶유승민 의원 복당 문제는 청와대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에선 “분당이란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지 여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정병국 의원)는 분석이 나온다.

남궁욱·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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