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뇌의 감염증|이상복<서울대의대 신경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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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0∼40년전에 뇌막염, 또는 수막염을 앓는다고 하면 거의 사형선고처럼 생각했었다. 그런데 각종 항생제가 개발돼있는 현재는 세균성 수막염이나 그밖의 세균에 의한 뇌의 염증은 대부분 고칠수 있다. 수백년에 걸쳐 인류를 괴롭혀온 뇌매독만 하더라도 현재 치유율이 높아서 보기 드문 병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의한 뇌임은 아직도 그 치료약이 본격적으로 개발되어 있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름마다 찾아오는 일본뇌염은 그를 매개하는 모기에 대한 박멸대책을 세운다든가, 뇌염예방주사로 면역성을 높여주는등 감염 율이 격감되어가고 있으나 아직도 매년 사망자를 내고 있다.
일본뇌염은 어린아이에 잘 걸리지만 50세가 넘은 고령자에서도 호발한다. 때로는 60%에 이르는 치사율을 보이며 회복되더라도 지능 저하라든가,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기는등 상당히 두려운 병이다.
그밖에 우리주변에 많이 퍼져 있는 무서운 바이러스성 질환으로는 단순포진 뇌염이 있다. 이병은 급성으로 발열·두통·경련발작으로 시작하여 실어증·의식 및 지능장애·수막자극증상·운동마비등의 위독한 증상을 보이는 수가 많다. 남녀 구별 없이 20세 이상에서 호발하며 계절적으로도 어느 때나 발병할 수 있다. 일단 발병하면 약70%에 이르는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데 근래는 핵산 저해제등이 개발되어 초기에 대량으로 쓰면 목숨을 건지는 율이 높다.
그런데 바이러스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그 성질이 다른 슬로우 바이러스에 의한 뇌의 감염증이 발견되고 있고, 감염자 대부분이 상태가 악화되면서 1년이내에 바보가 되고, 끝내는 사망하는 것으로 밝혀져 의사들을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바이러스성 질환은 세균성 질환에 비하면 그 치료대책이 미흡하지만 그래도 면역성을 높이는 예방주사도 있고, 그 병원체를 없애는 소독법도 있으며, 최근에는 유효한 약제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고 있지만 슬로우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해서는 예방주사나 소독법, 그리고 아무런 약제하나 개발되고 있지 않아 완전히 속수무책인 상태로 있다.
대표적 질환인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은 전세계적으로 퍼져있는 무서운 감염성질환이다.
그밖에도 돼지고기를 익히지 않은채 먹거나 민물고기·가재등을 회로 먹는데서 생긴 기생충 감염이 뇌 안까지 번져서 간질 발작이라든가, 신경증상을 보이는 수도 많고, 폐결핵이나 다른 부위의 결핵증이 뇌 안의 결핵종이나 결핵성 수막염을 일으켜 병원에 오는 일도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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