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오락실 주인 통화내역에서 경찰관 번호…유착 의혹 수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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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단속하던 불법 오락실에서 경찰 잠복 차량 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발견됐다. 오락실 실제 운영자의 휴대전화에서도 현직 경찰관들과 통화한 기록이 발견됐다. 경찰은 단속 정보 유출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18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인천청 광역풍속팀은 지난 3월 8일 오후 2시50분쯤 연수구에 있는 한 오락실을 덮쳤다. 이 오락실은 2월부터 포커 게임기 50대를 설치하고 사실상 도박장으로 운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날 불법 게임기를 모두 압수했다. 또 현장에서 붙잡은 이 업체의 바지사장 A씨(46) 등 2명을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종업원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했다.

하지만 이 오락실의 실제 업주 B씨(43)는 이미 달아난 후였다. 당시 현장을 단속하던 경찰은 B씨가 버리고 달아난 차 안에서 이상한 메모지를 발견했다. 여기엔 단속 경찰의 잠복 차량 번호가 적혀있었다.

경찰은 단속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당일 단속 경찰들의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 메모지에 적힌 글씨와 필적까지 대조했지만 B씨와의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B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조회한 결과, 다른 현직 경찰관 3명과 통화한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B씨에게 단속 정보를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해당 경찰관들은 "B씨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B씨가 불법 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 규정에 '불법 게임장이나 성매매 업주 등과 사적으로 접촉한 사실이 있으면 사후 신고를 하라'고 되어 있다"며 "이들은 '단속 이후에 B씨가 불법 오락실 업주라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하면서도 별도 신고하지 않은 만큼 지시 명령 위반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담반을 구성해 달아난 B씨를 지명수배하는 한편 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B씨와의 유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경찰과의 유착 및 단속 정보 유출 여부는 B씨를 검거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현재 B씨가 현금만을 사용하고 있고 대포폰을 사용한 후 폐기하는 등 용의 주도해 검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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