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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 팁] 장수시대의 새로운 리스크…은퇴 후 ‘졸혼’도 대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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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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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졸혼(卒婚)이 부쩍 늘어난다고 한다. 이혼한 건 아니지만 살가운 부부 사이가 끝난 상태를 의미한다. 유래 없는 장수시대가 가져온 결혼생활의 신풍속도다. 현업에서 일할 때는 몰랐지만 환갑이 되고 퇴직해 갑자기 생활환경이 바뀌면 부부 사이에도 서로 불편을 느낄 수 있다. 남편이 집에 틀어박혀 있는 삼식이가 되고, 아내 역시 인적 네트워크가 많지 않아 주로 집에서만 지낸다면 생활이 갑갑해질 수 있어서다.

졸혼은 이런 배경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부부가 이혼하지 않았지만 서로 얽매이지 않고 각자 독립적으로 생활한다는 얘기다. 아예 따로 거주하면서 평소 각자 생활을 하다 집안에 생일·결혼 같은 대소사가 있을 때만 부부로서의 역할을 하는 식이다. 한 집에 살아도 서로 독립적으로 지내는 소극적인 졸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떤 형태든 결혼에 얽매이지 않게 되면 인생이 훨씬 자유로워질지도 모른다. 아예 결혼하지 않는 싱글족이나 결혼을 끝낸 돌싱도 나홀로 살기의 장점을 선택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선택을 하려면 탄탄한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 경제적 자유가 있어야 나홀로 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럴 능력이 안 된다면 졸혼보다는 백년해로가 낫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처럼 말이다. 이들 부부는 남편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76년간 일생을 함께했다. 이들은 개인 자유보다 소박한 부부의 삶이 더 행복하다는 걸 보여줬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장수는 노후의 결혼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년해로하든 졸혼을 꿈꾸든 건강과 노후생활자금에 대한 준비는 빈틈이 없어야겠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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