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클래식 프리뷰] 무반주 바흐의 여정, 홀로 걷지만 외롭진 않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4면

기사 이미지

김수연의 음악은 투명하고 진지하다. 안정적인 연주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가 이번엔 바흐의 음악에 담긴 다채로운 감정을 연주한다. [사진 아트앤아티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회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9)의 음반은 화창한 날의 아우토반처럼, 티 없이 죽 뻗은 순수한 연주의 연속이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를 담은 ‘모차르티아나’ 이후 도이치그라모폰(DG) 레이블을 달고 발매된 김수연의 음반은 2011년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2015년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슈베르트 소나타, 올해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으로 이어졌다. 요제프 요아힘 바이올린 협주곡집(낙소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욈스) 등 해외에서 발매한 음반도 독일 레퍼토리를 담고 있다.

김수연은 독일 중서부의 소도시 뮌스터에서 태어났다. 9세 때 뮌스터 음대에 예비학생으로 들어갔고, 17세 때 정식 입학했다. 2008년 뮌스터 음대 대학원 졸업 후 2010년 뮌헨 음대에서 명교수 아나 추마첸코 교수에게 배웠다.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후, 이후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기돈 크레머, 안드라스 쉬프 등 선배 연주자들과 연주와 학업을 함께했다. 독일의 언어와 정서, 문화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었다.

“바이올린을 처음 배우던 어릴 때부터 바흐·모차르트·베토벤·브람스는 일용할 양식처럼 연주했어요. 슈베르트는 좀 늦게 접했지만요. 평생 연주하고 공부해야 하는 작곡가들입니다.”

김수연은 흥과 즉흥성이 강한 한국의 정서가 이탈리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반면 독일은 개인주의가 강하다고 했다. “독일 사람들이 냉정하고 원칙주의자들이라 유연성이 부족하다는데 공감해요. 반면에 감정에 대한 표현이 자유롭죠. 놀랄 만큼 스스럼없는 표현도 하거든요. 사회의 안정성, 교육 및 제도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김수연의 성격은 긍정적이고 밝다. 늘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음악은 편안하게 다가온다. 안정된 기교가 뒷받침된 한결같은 연주 덕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투명하고 진지한 선율을 들려준다.

그녀의 바흐 음반은 특히 뛰어나다. 25세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자연스러운 전개 속에 가끔 우주의 오묘한 이치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별다른 해외 홍보 없이도 인터넷상의 해외 애호가 중에 이 연주를 대표적인 음반 중 하나로 꼽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따금 낯선 곳에서 김수연의 영문 표기인 ‘Suyoen Kim’을 만날 때가 있다.

음반이 발매된 후 많은 팬이 김수연의 바흐 전곡을 무대에서 듣기를 원했다. 때가 오기를 팬들은 기다렸다. 그 어떤 연주보다도 큰 결심이 필요한 곡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도합 6곡은 바흐가 남긴 귀중한 음악적 유산이다. 바이올린의 역사상, 그리고 음악의 역사 위에 놓아도 최고의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라는 표현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김수연이 29일 일요일 4시 LG아트센터에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연주회를 연다. 김수연은 이에 앞서 유럽에서 바흐 리사이틀을 열고 이탈리아 스트레자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바흐의 두 무반주 작품인 ‘첼로 모음곡’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가 프로그램이었다. 첼리스트는 이틀에 나눠 연주한 반면, 김수연은 하루에 전곡을 연주했다. 어쿠스틱이 편안한 성당에서 1시간의 중간 휴식시간을 두고 6곡을 완주했다.

“공연 전엔 혼자 무대에 선다는 게 부담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음악에 몰입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어요. 긴 여정을 혼자 걸으며 바흐 음악이 지닌 다채로운 감정을 느꼈죠. 외롭지 않았어요. 홀로 음악을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이날 공연은 1부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이 연주되며, 2부에 파르티타 3번, 소나타 3번, 그리고 ‘샤콘느’가 있는 파르티타 2번으로 마무리된다. “바흐의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도 녹록지 않아요. 연주자의 몫뿐 아니라 관객의 몫도 있죠. 집중해 듣는 청중이 완성하는 연주회가 될 겁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