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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 가입비 한꺼번에 내면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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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06년 10월 A씨는 홍보관에 들렀다가 수의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얘기에 한 상조회사 상품에 가입했다. 일시불로 160만원을 내고 상조 회원증서와 수의보관증을 받아뒀다.

할부계약만 법적 보호 받을 수 있어
참고인이라 속이고 연대보증 악용
일부 미등록 대부업체 꼼수도

9년이 흘러 지난해 11월 A씨 아들은 아버지가 가입한 상조상품을 해약하려고 업체에 연락했다. 그랬더니 “회원 계약은 수의를 구매했다는 내용”이라며 “보관 중인 수의를 보내줄 순 있어도 납입금은 못 돌려준다”는 답만 돌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상조 유사상품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며 17일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A씨는 한국소비자원에 상담을 했지만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었다. 업체가 상조 관련 법(선불식 할부거래법)의 빈틈을 노렸기 때문이다.

대금을 두 달 이상 나눠 지급하는 할부 계약만 할부거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김근성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한꺼번에 대금을 다 내고 14일이 지나버리면 물품 거래에 따른 환불 규정마저 적용할 수 없다”며 “계약 전 할부거래법이 적용되는 상조상품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치냉장고나 전기밥솥 같은 사은품을 미끼로 상조회원을 모은 다음 물품값을 근거로 회비 납입을 강요하거나 해약금을 돌려주지 않는 업체도 있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2013년 1만870건, 2014년 1만7083건, 2015년 1만1779건으로 해마다 만 건이 넘는다. 공정위는 이런 피해를 입었다면 소비자상담센터(1372)나 각 지방공정거래사무소 소비자과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법의 허점을 노려 서민을 울린 사례는 더 있다. 금융감독원도 미등록 대부업체(사채업자)가 꼼수를 써서 연대보증인을 등록시키는 일이 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전화를 걸어 참고인이라고 속인 뒤 연대보증 의무를 부과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대부업자가 법의 맹점을 악용한 사례다. 연대보증은 원칙적으로 서면 동의만 가능하다. 그러나 전화 녹취를 연대보증 동의 근거로 인정해 대출 일부금에 대한 변제 책임을 물린 법원 판례가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화상으로도 연대보증과 유사한 요구에 동의하면 안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체가 참고인 동의를 요구하면 응하지 말고 녹취를 한 뒤 금감원(1332)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이태경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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