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뇌졸중 이상복 <서울대의대신경과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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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50대전후의 중년이면 동료중의 누군가가 한창 일할 나이에 쓰러져 한쪽 팔 다리를 못쓰게됐다는 얘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평소 혈압이 높은 사람이 직장에서 과로를 했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후 넘어졌다는 얘기도 흔히 듣는다. 또 자고 나서 일어 나려다보니 한쪽 팔 다리가 마비되었다거나 말을 더듬게 됐다는 일도 있다.
이 모든 경우에서 우선 뇌혈관에 이상이 생겨 일어나는 뇌졸중을 의심하게 된다. 뇌졸증은 보통 중풍이라고도 하는데 뇌혈관이 막혀서 일어나는 뇌경색과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로 나뉜다.
뇌경색은 뇌동맥의 죽상(죽상)경화나 그 밖의 국소적인 혈전형성으로 혈관이 좁아져 뇌에 필요한 만큼의 혈액이 공급되지 않을 때 생기며 이것이 뇌혈전이다. 뇌혈관의 변화가 근본이 되는만큼 노인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때로는 청소년기에 뇌경색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
심장병등이 있는 경우 색전이 떨어져나와 혈관을 따라 돌다가 좁은 뇌혈관 가지를 막아 생기는 뇌색전이 그런 경우다.
요즘은 젊은 여자들에서도 뇌혈전증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는 다년간 피임약을 사용한 부작용으로 뇌혈관이 막혀 생기는 것이다. 피임약외에도 담배·기름기 많은 음식·짠반찬· 비만증·당뇨병·고혈압등이 동맥의 변화를 촉진시켜 뇌졸중을 잘 일으키므로 이들을 위험인자라고 부른다. 따라서 고혈압을 치료하고 식사·끽연·체중 등을 조절하면 뇌졸중의 발생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뇌혈전은 하루 이틀에 갑자기 생기는 법이 아니라 수십년에 걸쳐 여러가지 요인들이 겹치고 쌓여 일어나는 것이므로 젊을 때부터 예방에 힘써야 한다. 뇌졸중이 잠시 생겼다가 하루도 안돼 씻은 듯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일과성 허성발작이라고 한다. 그러나 얼마 후 다시 반복되거나 더 심한 형태로 재발될 수 있으므로 위험신호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경우 아스피린이 예방적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마비증상등이 며칠간 있다가 3주 이내에 흔적없이 가시는 경우 가역성 허혈성 신경결손이라고 한다. 이 두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어느 뇌혈전이나 모두 뇌안에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가 생겨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그러므로 뇌졸중의 치료는 이런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악화나 재발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뇌졸중이 일어난 직후 약 한달간의 급성기에는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종합병원에 입원하여 원인을 밝히고 집중치료를 받아야한다.
이런 때는 혼수등의 심한 의식장애가 동반되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위급한 상황이 일어나는 수가 많으며 감염증의 병발등도 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급상항을 넘기면 약물과 물리치료 및 식이요법으로 남아있는 신경기능을 최대한으로 부활시키는 기능훈련을 받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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