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과 고향 이웃 이원종 “노무현 정부 이후 못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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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은 ‘9급 공무원의 신화’로 통한다. 2년제 체신학교를 나와 1963년 서울 광화문전화국에 취직한 그의 첫 보직은 공중전화 동전 수거 담당이었다. 하지만 야간대학에 다니며 행정고시에 도전했고, 66년 합격한 뒤 40년 공직생활을 하며 시·도지사만 4차례(서울시장 1차례·충북도지사 3차례) 지냈다. 충북도지사 두 번(1998~2006년)은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선출직이었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
이 실장이 반 총장보다 두 살 위
충청권 “서로 존재 의식해 왔을 것”
9급 공무원 신화, 행정의 달인
서울시장 1번, 충북지사 3번 지내
인사 때마다 ‘충청 총리’ 하마평

2005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소속으로 민선 지사 2기 임기 만료를 1년 앞두고 정계 은퇴를 할 때는 박근혜 대통령과 다소 서먹한 관계라는 소문도 있었다. 정우택(현 국회 정무위원장) 당시 자민련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이원종 지사에게 도전장을 던졌는데 “정 전 의원이 당 대표의 공천장을 들고 내려왔다”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박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2013년 6월 이 실장을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에 발탁했다. 이후 독자 예산이 없는 위원회를 이끌면서도 이 실장은 성과를 내며 능력을 입증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발전위 관계자는 “위원회가 취약 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이라는 걸 하는데 이 실장은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그쪽 예산을 가져다가 위원회 사업으로 진행시키더라”고 말했다.

이런 면모 때문에 이 실장에게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명도 따라다닌다. 지역발전위원장은 장관급이지만 경비와 수당만 지급될 뿐 봉급은 없다. 이 실장은 현 정부 들어 총리 인사가 있을 때마다 ‘충청권 총리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이 실장은 97년 대선 때는 이회창 후보의 충북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하지만 ‘DJP(김대중·김종필) 연립정부’였던 98년 지방선거에는 자민련에 입당해 DJP 단일 후보로 충북도지사에 당선됐다. 자민련의 세가 약해지던 2002년 선거 때는 한나라당으로 충북도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그 때문에 여권과 야권의 충청권 인사들과 두루 인연이 있다. 이 실장의 기용을 야당과의 협치(協治) 구상과 연관 짓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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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

이 실장의 고향(충북 제천)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출신지(음성)와 ‘이웃한 동네’다. 나이는 이 실장이 두 살 위(1942년생)다. 이 실장은 공직에 입문한 뒤 주로 서울시에서 근무했고, 반 총장은 외교부에서만 일해 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라고 한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최소한 최근 6~7년 동안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실장도 15일 기자들을 만나 “반 총장과는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이 부부 동반 초청을 해 옆자리에서 만찬을 한 이후로는 못 만났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의 기대는 크다. 새누리당 충북 지역 20대 총선 당선자 중 한 명은 “이 실장과 반 총장이 친하지는 않더라도 같은 지역 인재로서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의식해 왔을 것”이라며 “이번 실장 인사를 최소한 충북에서는 반 총장과 묶어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북 제천(74세) ▶제천고-체신학교-성균관대 행정학과 ▶행정고시 합격(4회) ▶청와대 비서실 내무행정비서관(노태우 정부) ▶서울시장·충북도지사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장관급)

남궁욱·유지혜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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