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 허용치의 160배 가습기 살균제도 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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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시중에 유통됐던 일부 살균제에 인체 안전 허용치보다 160배가량 많은 독성물질이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전문지식 없어 희석 안 해”
대형마트, 옥시 제품 판매 여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부장 이철희)은 “‘버터플라이이펙트’가 판매했던 가습기 살균제 ‘세퓨’ 제조에 쓰인 독성물질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인체 안전기준보다 160배가량 많이 함유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제품은 2008년 처음 제조돼 2년 넘게 판매됐으며 이로 인해 27명(사망 1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PGH의 농도를 40분의 1가량으로 희석해야 안전한데 이 업체 오모 전 대표가 전문적인 지식 없이 제조·판매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오 전 대표가 살균제 제조에 쓴 PGH는 전 직장에서 빼돌렸던 것이라고 한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신현우(68) 전 대표, 김모 전 연구소장, 최모 전 선임연구원 등 3명과 함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오 전 대표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신 전 대표 등 옥시 측 3명은 2000년 10월 독성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살균제의 유해성과 흡입 독성실험의 필요성을 알고도 이를 무시한 채 제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가 확인한 옥시 제품의 피해자는 177명(사망 70명)이다.

신 전 대표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동양화학공업(현 OCI)의 생활용품사업부(옥시) 대표를 지냈다. 2001년 옥시가 다국적기업 레킷벤키저에 매각됐지만 4년 더 대표를 맡았다. 이후 2010년 엔진 첨가제 ‘불스원샷’을 제조·판매하는 불스원의 지분 42.93%를 인수해 현재 이 회사 부회장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실질심사에서 신 전 대표 측은 “PHMG의 독성실험이 필요한지 사전에 몰랐다. 영국 본사가 주도해 제품 제조와 시판을 승인한 것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다른 가해 업체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50여 개 시민단체가 10~16일을 ‘옥시 집중 불매운동기간’으로 정했으나 대형마트에서는 여전히 옥시 제품을 대량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 등 서울시내 대형마트에는 표백제와 제습제 등 10여 종의 옥시 제품이 진열대에 놓여 있다. 소비자들은 물론 편의점·백화점·대학까지 옥시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서복현·정진우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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