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는 센불·중불 사이, 소시지는 오래 끓이면 터져”…‘짬밥’ 100가지 비법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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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병 길라잡이』 낸 우승한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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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제8기계화보병사단 정보통신대대 우승한 병장이 후임병들을 위해 만든 『군대밥 우선생의 특별한 요리비법』을 들고 있다. [뉴시스]

대구 영남대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던 우승한(23) 병장은 2014년 8월 중부전선의 8사단에 운전병으로 입대했다. 오는 25일 전역을 앞둔 그는 지금은 취사병으로 변신해 있다.

아버지가 대구 한 호텔의 주방장이며, 입대 전 서양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대가 그에게 운전대 대신 조리용 칼과 국자를 쥐여줬기 때문이다.

우 병장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집필한 ‘짬밥’(군에서 먹는 밥) 지침서 『취사병 길라잡이』가 군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우 병장은 “취사지침이 잘못 전해지는 경우가 있어 후임병들을 위한 길라잡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8사단 이주호 소령은 13일 “사단 내 다른 부대들에서 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프린트를 해줬다”며 “취사병들을 위한 지침서가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다른 사단에서까지 요청이 쇄도해 아예 정식 책자로 500부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대는 『군대밥 우선생의 특별한 요리비법』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사에 인쇄를 의뢰해 놓은 상태다.

길라잡이는 ▶취사병들이 해야 할 일 ▶청결·위생관리 방식 ▶물품 보관 요령 ▶물품 반납 방법 ▶특급 취사병의 조리법 노하우 등을 내용으로 한다.

◆우승한 병장의 조리법=길라잡이에서 그는 그만의 요리 노하우를 소개했다. “부대찌개는 센불과 중불 사이를 오가는 불 조절이 중요하고, 소시지와 햄은 너무 오래 끓이면 터질 수 있기에 중간쯤에 넣어야 한다” “오징어 무국을 끓일 땐 오징어가 솥바닥에 눌러 붙지 않게 자주 저어줘야 한다”는 식이다. “궁중떡볶이는 떡을 삶는 과정에서 너무 익어 버리면 남은 조리과정에서 퍼져 버리기 때문에 적당히 익히고, 꽈리고추멸치볶음을 만들 땐 기름이 없는 솥에서 오래 볶아 주어야 비린내가 없어진다. 멸치 자체가 짜기 때문에 간장은 조금만 넣어야 한다”고도 적었다.

“김치찌개의 김치는 오래 볶으면 볶을수록 맛이 좋아진다” “두부가 들어가는 국의 간은 두부를 넣은 다음 간을 해야 한다. 두부에서 나오는 물이 많아 싱거워지기 때문이다”는 노하우도 제시했다. “(김치찌개에) 떡국떡을 마지막에 넣는 이유는 국을 내고 나서 병력들의 식사시간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넣어 버리면 떡국떡이 국물을 빨아들여 국물이 없어지고, 떡국떡이 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달았다.

◆비장의 노하우는 갈비찜=우 병장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메뉴는 갈비찜이다. 장병들의 인기 메뉴인 데다 같은 재료로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서다. 길라잡이에 소개된 갈비찜의 조리법은 이렇다.

①갈비는 미리 흐르는 물에 핏기를 제거한다. ②핏기를 제거한 갈비를 간장 약간, 소금을 넣은 물에 넣고 삶아 준다. ③ 물이 한 번 끓으면 물을 다 빼주고 다시 찬물을 재료가 잠기지 않게 받아 감자·무·단호박을 넣고 끓인다. ④후춧가루·설탕·간장·쇠불양념·요리소스·마늘·소금을 넣어 끓인다. ⑤중불로 줄여 준 뒤 계속 졸여 준다. ⑥마지막으로 표고버섯·파·양파·당근을 넣고 졸여 준 뒤 낸다.

우 병장은 “갈비를 첫 번째로 끓일 때 너무 오래 끓이면 물에 갈비의 맛이 다 빠져 나오기 때문에 끓는다면 바로 빼줘야 한다”며 “한 번만 삶아 물을 빼고 졸여 내면 편하게 할 수는 있지만 잡내도 가시지 않고 맛도 덜하니 미리 핏물을 빼고 한 번 삶아 찬물에 넣고 거품을 걷어 내면 훨씬 맛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부터 마지막 휴가 중인 그는 호텔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전역 후엔 친구들과 백반집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학교를 마치고 요식업을 하는 게 꿈이라는 우 병장은 “휴가를 나올 때 병사들이 그동안 수고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할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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