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안정과 효율 사이 ‘정책 균형’ 찾기…금융위기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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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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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다시 온다
조윤제 지음
한울엠플러스
232쪽, 2만2000원

책 제목 『위기는 다시 온다』는 무슨 거창한 예언이 아니다. 원래 금융의 속성 자체가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저자인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금융의 역사는 금융위기의 역사”라고 쓴 이유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이 왜 금융 규제를 강화했으며 한국은 금융의 안정성과 효율성,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상충될 수 있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보여준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낸 저자의 주장을 각계의 독자는 어떤 표정으로 읽을지 잠시 상상해봤다.

한국은행은 흐뭇하게 웃을 것 같다. 저자는 부동산 등 거시경제에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거시건전성 감독의 강화를 말하면서 한은에 힘을 실어줬다. 2011년 한은법 개정으로 한은 역할에 ‘금융 안정’이 추가됐다.

그러나 통화당국인 한은이 금융 안정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을지 충분한 토의도, 구체적인 대책도 없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영국이나 미국 중앙은행과 달리, 한은은 거시건전성 감독을 위한 손발이 없다. 개별 금융회사나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감독권이 없는 한은이 어떤 수단으로 금융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책당국은 다소 맘이 불편할 수 있겠다. 저자는 금융의 안정성과 효율성의 균형을 얘기하면서도 안정성에 더 무게를 뒀다. 금융의 삼성전자를 만드는 것보다 위기가 없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우려를 표했다.

금융감독 당국에는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쓴소리 했다. 그는 “금융기관 인사 개입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목표, 가령 녹색금융, 기술금융, 미소금융, 창조금융 등은 주로 재정자금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것이 옳은데도 그저 금융기관을 압박해 정책목표를 이루려는 습관이 있다”고 꼬집었다.

1년 전 나온 저자의 칼럼집 『제 자리로 돌아가라』보다 어렵고 딱딱하다. 지난해 발표한 연구논문을 수정·보완했다. 칼럼과 논문의 차이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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