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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가습기 피해자·시민단체…대형마트에 "옥시OUT" 촉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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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50여개 시민단체가 ‘옥시 집중 불매운동 기간’으로 정한 13일 오전 11시 30분쯤.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Oxy Out(옥시아웃)’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항의 방문차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았다. 유해 물질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온 옥시에 대한 불매 운동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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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운동연합이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아 `옥시 퇴출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이날 롯데마트를 찾은 강찬호 가피모 대표는 “옥시라는 거대기업으로 인해 수십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다”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시민들과 각계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불매운동 이것 딱 하나”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불매 운동 동참을 촉구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옥시 제품) 신규 발주를 중단했을 뿐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계속 판매한다는 건 언론플레이용 퍼포먼스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의 부작용으로 폐손상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221명 중 177명이 옥시 제품 이용자다. 사망자도 90명 중 70명으로 가장 많다. 소비자들은 물론 편의점과 백화점, 대학까지 옥시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대형마트에는 여전히 표백제와 제습제 등 옥시 관련 제품이 매장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실제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 등 서울 시내 대형마트를 확인한 결과 모든 매장에서 10여종 이상의 옥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옥시 제품 판매와 관련해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추가 발주는 중단하되 재고 물품이 소진될 때까지는 계속 판매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제품 공급업체 측과 계약이 끝난 재고 물품의 경우 판매하지 않으면 100% 대형마트 측의 손실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형마트엔 향후 2개월 간 판매할 수 있는 양의 옥시 제품이 재고로 남아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옥시 제품의 재고 분량은 2개월간 판매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판매량이 급감해 4~5개월은 지나야 재고를 모두 소진할 수 있을 것 같아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옥시 불매 운동이 확산되며 일반 가정집과 음식점 등에선 기존에 구매해 놓은 옥시 제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골머리를 앓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뿐 아니라 다른 제품에도 유해물질이 들어있을 거란 불안감 때문이다. 서울 성북동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김양희(36)씨는 “싼 가격에 판매하길래 홈쇼핑과 대형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표백제 등을 대량으로 구입해놨는데 사용할 수도 버릴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옥시 불매운동과 함께 제품 수거 운동에도 나서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우치한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 ‘옥시 제품 수거함’을 달아놓고 택배를 통해서도 옥시 제품을 모으고 있다. 시민들로부터 수거한 옥시 제품을 서울 여의도 옥시 사옥에 전시하는 항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두레생협에서는 시민들이 갖고 있는 옥시 제품을 매장 내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이미 구입한 옥시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 주며 옥시 불매와 함께 ‘옥시 완전 퇴출 운동’에 나선 것이다. 최현호 두레생협 상무는 “모든 소비자들이 나서 불매 운동에 동참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이미 산 옥시 제품을 무턱대고 폐기해야 한다고 할 순 없으니 두레생협 측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기 위해 계획한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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