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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범죄자 가족 '클랜' VS 15년 만의 속편 '엽기적인 그녀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l 클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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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랜` 스틸컷]

원제El Clan

감독파블로 트라페로

출연 길예르모 프란셀라, 피터 란자니, 릴리 포포비크

촬영 줄리앙 아페젯귀아 ㅣ음악세바스티앙 에스코펫의상줄리오 수아레즈

장르범죄, 스릴러 ㅣ상영 시간108분 ㅣ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5월 12일

줄거리
1980년대 초 아르헨티나. 아르키메데스 푸치오(길예르모 프란셀라) 가족은 추악한 비밀을 숨기고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사람을 납치해 지하실에 감금하고, 인질의 몸값을 뜯어내는 방식으로 부(富)를 축적한다. 아버지의 작전을 돕는 알렉스(피터 란자니)는 물론 다른 가족들은 범죄 사실을 철저히 묵인한다. 아버지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였던 알렉스는 애인과의 결혼을 꿈꾸면서 이 모든 상황이 두려워진다.

별점 ★★★☆
겉보기엔 단란한 가족, 속을 들여다보면 극악무도한 범죄 집단. 가족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서로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는 동안, 지하실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납치된 이가 고통스럽게 울부짖는다. 영화를 보면 푸치오 가족의 이 같은 끔찍한 이중성이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이것이 80년대 초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실화임을 인지하면 놀라움은 배가 된다.

‘클랜’은 범죄 스릴러로서의 장점이 뛰어난 영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과 과감한 카메라 워크, 상식을 뒤엎는 음악의 사용은 흥미로운 장르영화의 외피를 완성한다. 더욱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이 영화가 사건의 재연뿐 아니라 그 이면의 이야기까지 탁월하게 재구성해 낸다는 점이다. 푸치오 가족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신중하다. 이 가족에 대한 가치 판단은 거의 배제돼 있다. 대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사회적 배경과, 비뚤어진 가족주의 안에서 괴로워하는 알렉스를 통해 인물의 딜레마를 충실하게 전한다.

80년대 초 아르헨티나는 군부 독재 정권이 차츰 몰락하던 시기다. 독재 정권에 기생했던 이들은 범죄를 통해 부와 권력을 유지하려 했다. 아르키메데스는 반성 없는 권력층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버젓이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것은 가족을 위한 일이며, 자신은 쉽사리 처벌받지 않으리라는 확신. 그토록 그릇된 욕망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아르키메데스는 그 어떤 절대 악보다 더한 캐릭터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과 범죄 앞에 태연한 태도가 곧 이 영화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알렉스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이에 따라 극의 긴장도 서서히 높아진다. 더 이상 무슨 전개가 있을까 싶은 시점, 이 영화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에 가까운 엔딩을 선사하며 혼을 빼놓는다. 영화적 재미와 긴장을 위해 사건을 효과적으로 재구성하고 이끌어 간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다.

이은선 기자 h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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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엽기적인 그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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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엽기적인 그녀2` 스틸컷]

감독 조근식
출연 차태현, 빅토리아, 배성우, 후지이 미나, 최진호
장르 코미디, 멜로 ㅣ상영 시간 99분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5월 12일

줄거리
1편에서 견우(차태현)와 사랑했던 ‘그녀’(전지현)가 돌연 비구니가 되겠다며 떠난다. 사랑도 잃고 취업도 못하는 견우 앞에 중국으로 떠났던 첫사랑, 또 다른 ‘그녀’(빅토리아)가 찾아온다. 견우와 결혼하러 한국에 왔다는 그녀는 다소 괴팍하지만 사랑스럽게 견우를 물심양면 돕는다. 마침내 취직한 견우는 ‘그녀’와 결혼에 골인한다.

별점 ★☆
15년 만에 돌아온 ‘엽기적인 그녀’의 속편이다. 그간 많은 궁금증과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반가움보다 아쉬움이 훨씬 크다. 전편은 전통적 성(性) 역할을 바꾼 독특한 캐릭터와 코믹한 에피소드, 마음 울리는 멜로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영화도 전편의 캐릭터 설정과 컨셉트를 그대로 가져왔다. 아름답지만 종잡을 수 없는 ‘그녀’와 착하디 착한 견우. 달라진 게 있다면, 취업난과 직장 내 갑을(甲乙) 관계 등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다.

하지만 에피소드 위주로 흐르는 이야기는 개연성이 부족하고, 몇몇 대목은 과한 설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함께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이 갑자기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초반부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연상시킬 정도로 이벤트성이 강하다. 차태현은 여전히 견우를 맞춤하게 연기하지만, 오히려 연출이 그를 ‘예능인 차태현’으로 그린다. 한국어가 서툰 중국 출신 스타 빅토리아와 일본 배우 후지이 미나의 출연은, 완성도나 재미를 높이기 위함이 아닌 아시아 시장 등 외부 조건을 의도한 설정으로 보일 뿐이다. 정서적 감흥도, 이야기도, 주제도 전편만큼 밀도를 채우지 못한다.

15년이 지난 지금 관객이 ‘엽기적인 그녀2’에 기대한 건 무엇이며, 왜 이 영화는 지금 관객과 만나야 할까. 이런 질문은 영화 제작진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더 많이 묻고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을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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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나의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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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소녀시대` 스틸컷]

감독 프랭키 첸

출연 왕대륙, 송운화, 이옥새, 간정예

장르 로맨스, 드라마 ㅣ상영 시간 134분 ㅣ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5월 11일

줄거리
1994년, 유덕화와 결혼하는 게 꿈인 평범한 소녀 린전신(송운화)은 주먹짱 쉬타이위(왕대륙)에게 ‘행운의 편지’를 보냈다가 들키고 만다. 전교 제일의 우등생 커플 오우양(이옥새)과 타오민민(간정예)을 각각 좋아하던 두 사람. 쉬타이위는 린전신에게 서로의 짝사랑을 돕자고 제안한다.

별점 ★★★☆
소피 마르소의 미모가 눈부셨던 ‘라붐’(1980, 클로드 피노토 감독) 속 첫사랑 이야기에 가슴 설렌 적 있는지. 혹은 1960년대 일본 고교생들의 청춘 코미디 ‘69 식스티 나인’(2004, 이상일 감독)의 체제 전복적인 일탈의 순간들에 심장이 뛴 적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나의 소녀시대’는 당신을 위한 영화다.

우선, 전통적인 청춘영화에 순정만화 같은 로맨스를 절묘하게 섞은 영리함이 돋보인다. 투박한 안경에 미모를 감춘 평범한 여고생과 꽃미남의 러브스토리. 이는 이미 대만·일본·한국 등에서 제작된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 시리즈 등을 통해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이 입증된 소재 아니던가. 홍콩 사대천왕(유덕화·곽부성·장학우·여명)부터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한 사랑 고백까지.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대만 여류 감독 프렝키 첸이 섬세하게 되살린 추억들은 그 시절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 첸 감독은 TV 프로듀서·각본가 등으로 활약해 온 베테랑이다. 첫사랑의 아픔과 부당한 교사에 대한 반발 등 고교생이 겪을 법한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의 외연을 넓히되, 여주인공의 심리에 집중해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 연출에서 그 내공이 드러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풋풋한 매력의 신예 송운화와 왕대륙. 하이틴 로맨스 특유의 지나치게 낭만적인 대사들을 담백하게 소화해 내며, 영화의 흡인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l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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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스틸컷]

감독 민병훈

출연 윤주, 서장원, 펑정지에

장르 드라마 ㅣ상영 시간 66분 ㅣ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5월 12일

줄거리
중국 현대미술 화가 펑정지에(펑정지에)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더 이상 그림을 그리기 힘든 상태에 놓인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 앞에 한 여인(윤주)이 스쳐 지나간다. 카페와 술집, 거리 등 가는 곳마다 여인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자, 평정지에는 점점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는 이곳저곳을 헤매다 여인과 마주친다.

별점 ★★☆
‘중국 여인 초상화’로 유명한 화가 펑정지에가 직접 출연한 작품으로, 민병훈 감독의 ‘아티스트 시리즈’ 중 하나다. 펑정지에와 알 수 없는 여인, 그리고 한 젊은 남자의 마주침을 통해 예술가가 겪는 창작의 고통을 그려 낸다. 흡인력 있는 이미지와 독특한 화면 분할 방식은 주목할 만하나, 대사가 거의 없고 특정한 서사도 없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임주리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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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사돈의 팔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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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돈의 팔촌` 스틸컷]

감독장현상

출연 장인섭, 배소은

장르 드라마, 로맨스 ㅣ상영 시간 103분 ㅣ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5월 12일

줄거리
말년 휴가 중인 태익(장인섭)은 오랜만에 가족 모임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어릴 적 첫사랑으로 기억되는 사촌 여동생 아리(배소은)를 만나고 어린 시절 느꼈던 떨림을 다시 경험한다. 태익과 아리는 서로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감정을 이어간다.

별점 ★★★
“사촌이긴 한데, 사돈의 팔촌이었으면 좋겠다.” 사촌지간이라는 가까운 상대에게 감정을 느끼는 마음. 이 대사가 모든 걸 말해 준다. 사촌을 사랑한다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영화는 두 남녀의 격정적이고 아찔한 사랑을 그리진 않는다. 어릴 적 순수했던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된 20대 청춘 남녀의 아스라한 떨림과 두근거리는 마음이 담겨 있을 뿐이다. ‘태익과 아리는 지금 잘 살고 있을까?’ 영화가 끝난 뒤, 그들의 삶이 자못 궁금해진다.

이지영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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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45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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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5년 후` 스틸컷]

감독 앤드류 헤이

출연 샬롯 램플링, 톰 커트니, 제라르딘 제임스

장르 드라마 ㅣ상영 시간 95분 ㅣ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5월 5일

줄거리
결혼 45주년 파티를 준비 중인 노부부 케이트(샬롯 램플링)와 제프(톰 커트니). 제프는 편지 한 통을 받는다. 20대 시절 함께 산에 오르다 사고로 죽은 첫사랑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제프는 과거를 추억하고, 케이트는 배신감과 당혹감에 휩싸인다.

별점 ★★★☆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은 대체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이 영화가 비범해 보이는 건 이와 완전히 다른 길을 택해서다. 갑자기 날아든 편지 한 통으로 균열이 생길 만큼 아슬아슬한 부부 관계, 그건 노부부도 마찬가지라는 것. 두 배우의 관록 있는 연기와 인물의 작은 행동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섬세한 연출이 설득력을 높인다. 노년을 향한 고정 관념에 차분한 목소리로 반기를 드는, 그래서 더 놀랍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김나현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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