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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학대의 〃현실〃 꼬집고 2000년대 가정상 제시|「여성의 전화」 개원 2주 기념 잔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세끼 밥짓고 빨래 청소 다하고/열 달 배불러 새끼 낳아 키우고/뒤치닥거리에 손등 발등 마를 날이 없는데/전생에 무슨 업보로/때리는 남편에 매맞는 아내더냐…』
북·장구·꽹과리 소리에 맞춰 고사문 읊조리는 소리에 「여성의 전화」 개원 2주년 기념잔치에 모인 축하객과 구경꾼들은 박수치며 한바탕 웃었다.
15일 한국어린이회관 잔디밭에서 벌어진 이 잔치에는 여성평우회·여성문제연구회·주부아카데미 등 여성단체 관계자들 외에도 동네 주부와 노인·어린이 등 1백50여명이 모여들어 흥겨운 잔치 분위기를 즐겼다.
특히 인기를 모은 것은 「1980년대의 가정과 2000년대의 가정」이란 촌극. 「여성의 전화」가 가정에서 구타당하거나 정신적으로 학대받는 여성들을 위한 상담을 맡고있는 만큼 촌극의 내용도 아들과 딸을 심하게 차별하고 모든 집안 일은 아내 혼자 도맡는 요즘 형편이 2000년대에는 거의 반대로 뒤바뀐다는 것인데 끝으로 「결혼계약서」가 낭독되어 박수갈채를 자아냈다.
「결혼계약서」의 내용은 ▲시험실시기간 6개월 후 합의하에 결혼한다 ▲결혼 후에도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한다 ▲부모자격고사에 합격한 후에도 자녀출산문제는 두 사람의 완전한 합의에 따른다 ▲결혼에 따르는 권리와 의무는 공동으로 행사한다(예=가사노동· 자녀양육· 재산소유) ▲계약 갱신은 3년 단위로 하되 한쪽의 이의만 있어도 파기할 수 있다 ▲계약 파기 시 자녀는 부모를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
한편 이 기념잔치는 참가자들이 다함께 『쾌지나칭칭나네』를 부른 뒤 하종오 시인의 『어느 부인의 말-습관적으로 폭행하는 남편에게』라는 축시낭송으로 끝났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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