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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 봅시다 | GMO 농작물은 진짜 해로운가] 콩·옥수수 안전성 시험 1990년대에 끝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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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60여 개국이 GMO 표시 제도를 시행한다. 이에 대해 느슨했던 미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버몬트주가 오는 7월 최초로 표시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고, 식품 업계는 버몬트주만이 아닌 미국 전역에 공급하는 제품에 GMO 여부를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것은 좋다. 문제는 이 제도가 GMO 식품이 안전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로 다시 논란 ... 美 버몬트주, 7월부터 표시 의무화

중국이 세계 종자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미국이 이를 경계하며 저지할 뜻을 밝혔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화공(켐차이나)이 지난 2월 스위스 농업회사 신젠타를 인수하기로 합의하자 미국 당국과 상원의원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승인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이 중국과 스위스 사이의 기업 결합을 간섭하는 근거는 신젠타가 일부 생산시설과 연구소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반대 명분으로 식량안보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종자산업에서 미국의 패권을 흔들까봐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켐차이나는 신젠타 인수전에서 세계 1위 종자회사인 미국 몬산토를 제쳤다. 몬산토는 켐차이나보다 많은 470억 달러를 인수대금으로 제시했고, 켐차이나는 430억 달러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켐차이나는 이 중 150억 달러를 4월까지 신디케이트론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l 중국, 국가 차원에서 GMO 개발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 건은 위와 같은 측면, 즉 종자산업과 중국-미국의 경쟁구도 형성에 초점이 맞춰져 국내에 소개됐다. 덜 다뤄진 대목이 유전자재조합작물(GMO)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의지다. GMO를 재배하면 해충에 강해 농약을 덜 써도 되고 소출이 증가한다. 중국은 농업을 육성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하려면 선진 GMO 기술을 따라잡고 선도적으로 작물을 개량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중국은 켐차이나를 앞세워 신젠타 인수에 나섰다. 신젠타는 몬산토, 듀폰에 이은 세계 3위 종자회사다. 이들 3대 업체는 특히 세계 GMO 종자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GMO의 유해성을 둘러싼 공방의 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다. GMO가 인체에 해롭다며 반대하는 측에서는 그동안 주로 유럽 국가들이 GMO 재배를 금지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중국이 GMO를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씨앗’으로 삼으려 한다는 사실은 거론하지 않았다. GMO 선진국 미국에 이어 중국이 GMO를 적극 개발하고 생산한 GMO 농작물을 자국민의 식탁에 올리면 적어도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주요 국가는 GMO를 재배하지 않는다’는 반대 논리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GMO는 중국인한테도 의구심의 대상이다. 중국인 중에는 반미주의와 마오이즘이 결합한 ‘GMO 음모론’을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점을 약 3년 전으로 되돌려 상황을 살펴보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한 공무원은 2013년 10월 군 장교 교육용으로 만든 비디오에서 “미국은 세계 식량생산을 통제함으로써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한 퇴역 장성은 관영매체에 “미국이 GMO로 덫을 놓고 있으며 그 결과는 아편전쟁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넷에는 “GMO는 아시아인에게 불임을 유발하며,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꾸민 계략”이라는 주장도 돌았다.

중국 정부는 GMO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2013년 말 유전자재조합 옥수수를 통관시키지 않고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GMO가 인체에 해로울 것이라는 자국민의 불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홍보·교육 캠페인을 벌였다. 베이징만보(北京晩報)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을 전하며 GMO 재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생명공학이 안전함을 확신시켜야 하고, 외국 업체들이 GMO 시장을 장악하게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농업부판공실은 ‘2014년 농업과학 기술교육 및 환경 보호에너지 사업요점’에서 “유전자재조합 중대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지난해 2월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농업에서 환경과 자원의 제약이 커지고 있고, 장차 유망하고 떠오르는 유전자재조합 기술에서 중국이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 의지를 실행하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신젠타를 인수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GMO에 대한 규제는 각 지역의 처지에 따라 달라진다. 규제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GMO의 유해성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는 말이다. 유럽 국가들이 GMO에 대해 까다로운 것은 유해성 때문이 아니라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와 달리 중국은 자국민을 자국에서 재배한 농작물로 먹여살리려면 GMO가 반드시 필요하며 GMO는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GMO의 위험성은 과학적으로 보고된 바 없다. GMO 콩과 GMO 옥수수는 1990년대 중반에 안전성 시험이 끝났다. 재배 면적 기준으로 전 세계 콩의 73%, 옥수수의 29%가 GMO다. 미국은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콩과 옥수수의 대부분을 수출하는데, 미국 콩과 옥수수는 90%가 GMO다.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를 비롯해 GMO가 해롭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자주 거론하는 실험 결과가 있다. 프랑스 케인대학의 길 에릭 셀라리니 교수팀의 실험이다. 김 대표는 각종 언론매체 기고와 인터뷰에서 “셀라리니 교수팀은 쥐의 평균수명인 2년 동안 실험용 쥐들에게 몬산토의 옥수수와 라운드업 제초제를 사용한 최초의 장기간 실험(몬산토사는 보통 90일 간만 실험한다)의 결과 가공스러운 질병현상들을 밝혀냈다”고 소개한다. 김 대표는 “대형 종양이 200~300% 증가했고 신장과 간 등 중요 장기들이 손상됐으며 특히 70% 이상의 암컷 실험쥐들이 조기 사망했다”고 전한다.

식품전문가 최낙언씨는 이 연구에 대해 쥐에게 GMO 옥수수 외에 제초제를 같이 먹이는 등 발암성 실험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슬로우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 실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고, 유럽식품안전청에서 프로토콜이 잘못됐다고 했으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같은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l 실험 과정도 해석도 부정확한 논문 확산


그는 또 “실험에 따르면 11%, 22%, 33%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섞어 먹이를 먹인 쥐 중에서 특이하게도 11%짜리를 먹은 쥐의 치사율이 더 높다고 했다”며 “GMO가 유독하면 함량이 높을수록 치사율이 높아야 하는데 11%짜리가 높은 것은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실험 과정도 해석도 정확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 실험결과는 미국 학술지 <식품과 화학독물학> 2012년 9월호에 게재됐다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편집진에 의해 철회됐다. 이 학술지의 월러스 헤이스 편집장은 2013년 11월 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논문에 사기나 의도적인 잘못 해석의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이 논문이 제시하는 것과 같은 명확한 결론에 이르기는 미흡하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GMO를 둘러싼 다른 쟁점이 성분 표시에 GMO 여부를 넣는 제도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60여 개국이 GMO 표시 제도를 시행한다. 이에 대해 느슨했던 미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버몬트주가 오는 7월 최초로 표시 의무화를 시행할 예정이고, 식품 업계는 버몬트주만이 아닌 미국 전역에 공급하는 제품에 GMO 여부를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것은 좋다. 문제는 이 제도가 GMO 식품이 안전하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류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판별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해 쭉정이를 받아들이는 오류와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알곡을 버리는 오류다. GMO에 대한 오해가 둘째 오류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 백우진 한화증권 편집위원 woojinb@hanwha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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