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대회 열린 날, 중국 “국제사회 호소 귀 기울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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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7차 당대회가 열린 6일, 북한의 한 식당에서 외신기자로 추정되는 손님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연설하는 장면이 TV에 나오자 그 화면을 촬영하고 있다. [AP=뉴시스]

중국 정부는 6일 36년 만에 노동당대회를 개최한 북한을 향해 “국제사회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라”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핵 개발 멈추라는 메시지
소식통 “중국, 사절단 안 보내고
북한 측에서도 초청한 사람 없어”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느냐”는 질문에 “북한은 현재 국가발전에서 하나의 중요한 단계에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능히 국가발전과 인민행복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또한 북한이 국제사회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동아시아의 평화안정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훙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호소가 어떤 내용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거듭해 밝힌 입장으로 볼 때 핵 개발로는 결코 ‘국가발전’과 ‘인민행복’을 이룰 수 없다는 ‘충고’의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은 북한의 당대회에 정부나 공산당 차원의 사절단이나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고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이 이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중국 당정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당대회에 아무도 파견하지 않았다”며 “북한 측이 초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한 측이 리진쥔 주북한 중국대사를 포함한 평양 주재 외교단을 당대회 외빈으로 초청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중국 대표단 파견 여부에 관한 질문이 나왔으나 훙 대변인은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만 대답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화춘잉(華春瑩) 대변인도 “당대회는 북한의 큰 정치 행사로 순조롭게 치르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대표단 파견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중국은 1980년에 열린 제6차 당대회 때에는 리셴녠(李先念) 국가 부주석을 파견했다. 당시엔 북한이 118개국에 초청장을 보냈으며 리 부주석과 그리신 러시아 정치국 위원, 무가베 짐바브웨 총리 등을 포함한 117개국 대표단이 참관했다.

반면 70년 5차 당대회에는 중국이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중국·러시아·몽골 등 20여 개국이 7차 당대회를 맞아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외국 대표단 참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6일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이번 당대회는 김정은 체제 밑에서 처음 개최되는 것으로 북한이 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회가 어떻게 자리매김될지, 정책과 간부 인사에서 어떤 결정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6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장기 집권을 위한 체제 기반의 확립을 과시하고 핵 보유를 재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도 “북한은 헌법으로 조선노동당이 국가의 모든 활동을 지도한다고 정하고 있고 당 규약에선 당대회를 ‘최고 지도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김정은 제1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를 통해 독재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지통신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이 승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도쿄=예영준·이정헌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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