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화장품은 색깔이 없다는 건 옛말

중앙일보

입력

올 봄 ‘색깔 있는' 기초 화장품이 새로운 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스킨·로션·수분크림 같은 기초 화장품은 무색(흰색)'이라는 지금까지의 공식을 깨고 화장품 업체마다 ‘컬러 기초’ 제품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기초 화장품들이 주로 채택한 색깔은 미국의 색채연구기업 팬톤(Pantone)이 뽑은 2016년 봄·여름 시즌 컬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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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설립된 팬톤은 계절마다 유행을 선도할 컬러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패션·뷰티·리빙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지난해 가을·겨울 컬러로 선정됐던 짙은 와인 빛깔의 ‘마르살라’만 해도 화장품과 의류, 패션잡화까지 큰 인기를 누렸다.

팬톤이 꼽은 올 봄·여름 ‘대세 컬러’는 ‘그린플래시(Green Flash)’, ‘로즈쿼츠(Rose Quartz)’, ‘피치에코(Peach Echo)’, ‘버터컵(Buttercup)’ 등이다.

그린플래시는 녹색섬광이란 뜻으로 해가 넘어가거나 해돋이 순간 빛의 파장에 따라 태양의 윗쪽이 녹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가리킨다. 에메럴드 녹색과 같은 밝고 생명력 넘치는 색이다.

올해의 색상 중 왕중 왕은 부드럽고 따뜻한 분홍색인 로즈쿼츠다. ‘홍수정’을 뜻하는 이 색상은 봄의 화사함을 표현하는 연한 장밋빛으로 팬톤은 “바쁜 일상 속에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편안하게 만들어 줄 컬러”라고 설명한다. 피치에코는 복숭아보다 좀 더 짙은 분홍 색상이다. 핑크빛이 감도는 오렌지 컬러가 강한 생동감과 쾌활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버터컵은 노랑색 꽃이 피는 야생식물인 미나리아재비의 명칭이다. 밝고 맑은 노랑색인데 봄·여름 지친 심신에 활력을 주고 밝고 긍정적인 기운을 전달한다.

화장품 업계들도 이들 4가지 색상을 활용해 색조 화장품 못지 않게 고운 빛깔을 뽐내는 기초 화장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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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플래시 : 닥터자르트 ‘시카페어 크림’
국내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는 진정·회복 효과가 있는 시카페어 크림을 내놨다. 호랑이풀이라 불리는 병풀 엽록소 성분을 함유했는데, 제품 제형도 초록 빛을 띄고 있어 ‘초록 크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크림은 기초 단계에서 바르는 크림이다. 일부는 흡수되고 일부는 피부 위에 남아 보호막을 만들어 민감하고 자극 받은 피부를 편안하게 진정시킨다. 닥터자르트 관계자는 “진화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소비자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온 결과 기초 제품에 ‘색’을 입히는 변화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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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즈쿼츠 : 한스킨 ‘리얼 컴플렉션 크림’
한스킨은 핑크빛 칼라민과 로즈워터를 함유해 핑크빛을 띄는 ‘리얼 컴플렉션 크림’을 내놨다. 천연 유래 미네랄 파우더인 칼라민과 로즈워터, 피부를 밝게 만드는 효과가 있는 13가지 특허 출원 성분이 들어있어 칙칙한 피부를 화사한 피부로 만들어 준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색소와 인공향이 첨가되지 않은 저자극 기초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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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치에코 : 키엘 ‘크랜베리 생기충전 마스크’
오렌지와 핑크가 적절히 섞인 따뜻한 느낌의 피치에코는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컬러 중 하나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키엘의 ‘크랜베리 생기충전 마스크’는 붉은 빛깔의 크랜베리 추출물이 함유된 마스크다. 제품 이름부터 디자인, 제형까지 모두 오렌지핑크를 연상시키는 게 특징이다. 제품에 크랜베리 씨앗 입자가 들어있어 거친 피부결과 각질을 정리해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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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터컵 : 스킨푸드 ‘유자 수분 C크림’
스킨푸드의 ‘유자 수분 C크림’은 선명한 노란빛을 띄는 버터컵 컬러를 표현했다. 빛깔 자체가 자연스럽게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자란 과즙이 풍부한 유자를 떠올리게 한다. 전남 고흥에서 재배한 유자가 주요 성분으로, 피부 깊숙히 수분을 공급해 뜨겁고 건조한 봄·여름 환경에서 피부를 촉촉하고 투명하게 가꿔준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뷰티업계 전반에서 컬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기초 화장품에도 천연성분 본연의 색을 담은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도 성분과 제품 이름을 더 잘 기억하게 하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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