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기성정치는 싫다” 성향 비슷…트럼프, 샌더스 지지층 껴안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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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미국 대선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간 맞대결로 사실상 정리되며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의 지지자들이 누구를 찍을지가 대선 향방을 가를 변수로 등장했다. 3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클린턴을 꺾은 샌더스는 오는 7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경선을 완주하겠다고 밝혀 왔다.

“샌더스는 매우 대단한 사람” 칭찬
클린턴 측 “우리에게 올 것” 주장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라고 해서 그의 지지층이 그대로 클린턴에게 갈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CNN에 따르면 일부 샌더스 지지자들은 “그가 대선 후보가 되지 않을 경우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샌더스 지지자들의 상당수는 클린턴으로 대변되는 워싱턴의 기성정치를 혐오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지지층 성향과 겹친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샌더스 가 말하는 정책을 나도 많이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샌더스 지지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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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최근 유세에서 클린턴에 대해서는 “‘깜’도 안 되는 후보”라고 비난했지만 샌더스에 대해선 “매우 대단한 양반이다. 민주당과 별개로 제3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부추겼다.

트럼프 측은 “향후 샌더스 지지자를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선거캠프 매니저 코리 르완도브스키는 “샌더스와 트럼프 지지자는 중산층을 붕괴시킨 워싱턴 정치에 극도로 분노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고 말했다.

클린턴 측은 “샌더스 지지자들이 트럼프로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워싱턴포스트·ABC뉴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지지자의 86%가 트럼프에게 비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 측은 샌더스의 젊은 지지자들 공략에 나섰다.

하버드대 정치연구소가 지난달 말 18~29세 밀레니엄 세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샌더스에게 호감을 가졌다고 밝힌 응답자 중 80%가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지 않을 경우 클린턴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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