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부패 감싸며 신당 만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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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굿모닝시티 수뢰 의혹 사건을 둘러싼 여권의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鄭대표의 발언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민주당 신.구주류와 청와대의 반응도 춤을 추고 있다. 여권 전체가 원칙에 입각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혼비백산한 모습이다.

鄭대표는 하루 전까지만 해도 "대선자금 2억원 외에는 1원도 더 받은 게 없다"고 우기다가 11일엔 "4억2천만원을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또 "지난해 민주당 대표 경선 때 나는 6억원 정도 썼지만 다른 경선후보들은 수십억원을 썼다더라"고 하는가 하면 "대선 때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대선자금은 2백억원"이라는 말도 했다.

鄭대표의 말대로 하자면 대표 경선 후보들의 선거자금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까지 조사해야 할 판이다. 이런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정면 돌파'운운하는 소리가 나오니 기가 막힌다.

鄭대표는 민주당과 盧대통령에게 엄청난 도덕적 상처를 준 만큼 당 대표직을 내놓고 검찰에 출두하는 게 올바른 처신일 것이다. 집권당 대표직을 유지한 채 조사를 받게 되면 검찰의 수사 위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여당 대표에게 이런 식으로 하느냐"며 검찰을 성토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고 민심을 두려워 하지 않는 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처하는 민주당 신주류와 청와대의 태도를 주시하고자 한다. 鄭대표가 사퇴 의사를 비친 데 대해 盧대통령이 만류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신당을 만들고자 한 뜻은 썩은 정치를 청산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려 한 게 아니었던가.

그런데 영수증조차 써주지 않은 괴이한 정치자금을 받은 것마저 두둔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신당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그 신당은 '노무현당' 이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사건은 신주류와 청와대의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측정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란 관점에서 우리는 지켜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