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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료 출신 이희범 내정자, 기대·우려 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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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후임으로 이희범(67)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장에 내정됐다.

조직위 “예산 효율적으로 집행할 것”
스포츠 경력 적어 ‘낙하산’ 논란도

조직위는 조양호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들어 이 전 장관을 위원장 후보로 내정했다고 3일 밝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해외공관 근무경력으로 글로벌 마인드를 쌓았다. 경제관료 출신답게 예산의 효율적 집행관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내정자는 집행위원회와 위원총회를 거쳐 문체부 장관의 승인이 나면 임기를 시작한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희범 내정자는 1972년 행정고시에 수석합격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3년 12월부터 2006년 2월까지 제8대 산자부 장관을 지냈다. 퇴임 이후엔 STX그룹 에너지 부문 총괄 회장과 LG상사 대표이사직을 거쳤다. 2008년엔 광주 여름 유니버시아드 유치위원장을 맡았다. 유일한 스포츠 관련 직함이다. 그러나 당시 광주는 2013년 대회 개최권을 러시아 카잔에 내줬다.

스포츠 분야에 경험이 적은 이 전 장관이 평창 조직위원장에 내정된 것은 마땅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스포츠계를 이끌었던 거물들은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 상태다. 평창 올림픽 유치의 일등공신이었던 이건희(74) 삼성그룹 회장은 2년째 병상에 누워있다. IOC 위원을 지낸 박용성(76) 전 두산그룹 회장은 뇌물 공여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중앙대 이사장인 박 회장은 특혜를 얻기 위해 박범훈 전 청와대교육문화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지난 2014년 7월 김진선(68) 초대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물러났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조직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하루 만에 결정이 철회됐다. 결국 고사했던 조양호 회장이 정부 권유에 따라 위원장 직을 맡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직위가 최근 마찰을 빚으면서 정부가 조 회장의 후임자를 일찌감치 점찍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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