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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신뢰 잃은 로스쿨 입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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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둘러싼 ‘불공정 입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어제 전국 25개 로스쿨의 최근 3년치 입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실명을 숨기고 처벌도 안 해 불신만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전체 6000여 명의 입학생 중 자기소개서(자소서)에 부모와 친인척 신분을 기재한 학생은 24명이라고 밝혔다. 아버지가 법원장이라거나 법무법인 대표라고 적어 특정인 추정이 가능한 5명 등 16명이 법조인 자녀였다. 나머지는 공단 이사장과 전직 시장 등 고위직이었다. 세간의 ‘금수저’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로스쿨에서 자소서가 중요한 이유는 명백하다. 1단계 법학적성시험(LEET)과 공인 영어 성적 등 정량평가, 2단계 자소서·면접의 정성평가로 뽑는데 정성평가 비중이 과도해 평가자의 자의적 개입 여지가 많다. 신상 노출을 못하도록 하는 게 기본인 이유다. 이번 조사에서 25곳 중 그렇게 한 데는 2014년 10곳, 2015년 16곳, 2016년 18곳뿐이었다. 심각한 것은 자소서 규정을 어긴 8명이 6곳에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특목고 입시에서도 부모 신상을 노출하면 불합격시키는데 로스쿨이 그만도 못한 것이다. 16명은 대학 측이 기재 금지 고지를 안 해 책임이 없다지만 대학들이 이러고도 입시 자율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가.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 자소서를 통한 청탁은 하책(下策)인데, 그간 음성적 뒷로비가 얼마나 심했겠나. 교육부의 방기와 대학의 무책임이 한심할 따름이다. 게다가 교육부는 “대학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할 수 없어 입학 취소를 할 수 없다”며 솜방망이(기관 경고·주의)를 들었다. 정원 감축이나 모집 정지까지 해야 할 중대 사안 아닌가.

로스쿨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학 스스로 의혹의 출발점인 평가 방법과 반영 비율을 명확히 공개하고 공정 입시 대책을 내놔야 한다. 교육부는 입시 부정에 대해선 폐원까지 검토하고 연간 2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의 적정성도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8살 로스쿨이 존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