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 3번 떨어지고 교수 돼" 美명문대 교수의 실패 이력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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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하우쇼퍼 조교수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조교수인 요하네스 하우쇼퍼 조교수의 공식 페이지에는 ‘두 개의 이력서’가 있다. 하나는 평범한 이력서(Curriculum VitaeㆍCV), 다른 하나는 ‘실패 이력서’(CV for Failures)다.

2장짜리 실패 이력서엔 그가 삶의 주요 전환점마다 ‘얻지 못한 것’들을 빼곡히 써놨다. 그의 실패는 ▶내가 입학에 실패한 학위 과정 ▶내가 거절당한 연구직 및 교수직 ▶수상하지 못한 상이나 장학금 ▶학술지에 거절당한 논문 ▶내가 받지 못한 연구비 등 6개 분야에 걸쳐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요하네스 교수는 ▶2003년 영국 옥스퍼드대 PPP 과정(생리학ㆍ심리학ㆍ철학) 학사 학위 ▶2008년 미국 하버드대 신경생물학 박사 학위 ▶2012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실제론 붙은 학교보다 떨어진 학교가 더 많다.

대학 입학 당시인 1999년엔 런던정경대 외교학 과정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2003년 대학원에 진학할 땐 영국 케임브리지대 의대, 런던대(UCL) 의대, 하버드대 심리학과, 스탠퍼드대 뇌공학 및 심리학 전공 등 4군데 불합격했다. 2008년에도 스웨덴 스톡홀름 경제대학 박사과정에 불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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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력서

박사과정을 마친 이후 교수직을 구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케네디스쿨) 조교수, UC버클리 농경제학과 조교수, 메사추세츠공대(MIT) 뇌인지과학 조교수 등은 면접까지 봤지만 떨어졌다. 요하네스 교수는 “면접조차 보지 못한 지원까지 더하면 실제론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요하네스 교수가 ‘실패 이력서’를 쓰게 된 건 2010년 영국 에든버러대 멜라니 스티븐 교수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은 글을 읽고서다. 스티븐 교수는 이 글에서 “당신이 거절당한 지원서는 탈락한 다른 사람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요하네스 교수는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리면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데, 실제로 세상은 수 차례 실패하는 중에 성공을 하게 되는 확률의 세계”라며 “보이지 않는 실패는 성공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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