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입국미수|제주행 국내선 승객이 폭탄가장·책뭉치로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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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8일 상오8시8분쯤 서울을 떠나 제주로 가던 KAL국내선1편보잉727기(항공기등록번호7350·기장정동호)가 8시25분쯤 홍성상공에 이르렀을 때 승객 정종철씨가 『기내에 폭발물이 장치 돼 있다. 북으로 가자』며 승무원을 위협하다 격투 끝에 불잡혔다.
이 여객기는 사건 직후 항로를 바꾸어 상오 8시11분 광주비행장에 비상착륙, 범인을 추사기관에 인계하고 승객들을 내리게한 후 기내와 화물에 폭발물장치 여부를 검색했으나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여객기에는 승객1백10명과 승무원 8명 등 1백18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부상자나 기체 피해는 없었다.
범인 정은 18일 낮 사고비행기로 서울로 암송돼 수사를 받고있다. 당국은 정의 범행이 어설픈데다 동기를 횡설수설해 정의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납치기도=김포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방향과 고도를 잡고 남으로 비행, 상오8시25분쯤 충남 홍성 상공에 이르러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음료를 나누어주고 있을 대 중간좌석)에 앉았던 정이 오렌지주스를 받아 반쯤 마시다 말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북으로 돌려라. 기내에는 폭탄이 장치 돼 있다. 내말을 안들으면 폭파하겠다고 소리쳤다. 정은 손에 샘터잡지 1권을 들었을 뿐 다른 무기는 없었다.
정이 자리에서 나와 앞으로 뛰어가려는 순간 근처에서 정의 외치는 소리를 들은 이훈열씨(보안승무원) 등 2명의 승무원이 정을 덮쳐 1분여 승강이 끝에 정을 뒷좌석 (nF) 에 주저 앉히고 수갑을 채웠다.
승무원과 정이 좌석에서 격투를 벌이는 동안 부근에 있던 승객들은 놀라 비명을 지르며 일부 여자승객들은 좌석에 머리를 파묻고 숨기도 했으나 정의 목소리가 작아 뒤쪽승객들은 영문을 모르고 음료수를 받아 마시는 모습도 보였다.
비상착륙=범인이 잡힌 뒤 기장은 놀란 승객들을 진정시키고 만일의 경우 폭발물 검색을 위해 비상착륙키로 결정, 안내방송을 한 뒤, 상오8시11분 광주비행장에 불시착했다.
비상착륙 후 범인 정은 당국에 넘겨졋으며 승객1백10명도 모두 내려 공항대합실에서 대기 시킨 뒤 비행기와 화물의 검색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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