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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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인터넷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는 이른바 ‘잊힐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가 6월부터 국내에 도입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제23차 위원회를 열고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을 6월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 이용자가 회원 탈퇴 등의 이유로 자신이 올린 글·사진·동영상 등을 직접 지울 수 없을 경우에 적용되는 내용이다. 법적인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선택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된다.

방통위‘포털 삭제 요청권’ 6월 시행
본인 사망 땐 유족도 권리 행사 가능
강제성 없어 ‘반쪽권리’ 지적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포털 등 서비스 사업자는 작성자 본인이 요청할 경우 해당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조치할 수 있다. 다만 법률 등에 따라 보존 필요성이 인정되거나 공익과 관련된 게시물에 대해서는 작성자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작성자가 사망했을 때는 고인이 지정한 대리인이나 유족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대리인과 유족의 의견이 다를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리인의 의견을 따르도록 했다.

하지만 ‘반쪽짜리’ 가이드라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본인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서만 잊힐 권리를 보장할 뿐 다른 사람이 올린 게시물 때문에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은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시물의 통제 권한을 사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병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작성자가 게시물 접근을 막아달라고 요청하더라도 제3자가 공익적인 이유를 내세워 반대 신청을 할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판단해야 한다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법률과 충돌한다는 견해도 있다. 게시물 작성자가 대리인을 지정했더라도 사망 후에는 법적으로 대리인 지정이 무효가 된다는 것이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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