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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수준 높이고 문화나눔 늘려 기업후원 더 끌어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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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클래식 음악팬들 사이에 ‘경기도’가 주목받고 있다. 먼저 성시연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눈에 띈다. 부천필·수원시향과 국내 오케스트라 2위 자리를 다툴 만한 실력이다. 3, 4월에 각각 공연한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에서 작년보다 발전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악장 정하나의 뛰어난 솔로가 전체를 견인했다.

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2년 만에 경기필 약진 이끌어
무티·주커만 초청 강연회 마련도

27일 시작해 5월 20일까지 열리는 ‘경기실내악축제’는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을 주축으로 해 풍성해졌다. 또 5월 22~29일 열리는 ‘경기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도 화제다. 올 초 시카고 심포니와 내한했던 지휘자 무티가 또다시 한국을 찾아 7일간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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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콘텐트·기업 후원이 맞물리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사진 경기도문화의전당]

문화의 중앙 집중이 극심한 가운데 이같은 경기필의 약진을 이끄는 이는 정재훈(48)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이다. 줄리아드 음대와 예일대 대학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해, 공연장 대표로는 드물게 연주자 출신이다. 재작년 사장 취임 전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음악을 했기 때문에 음악인의 입장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학시절 링컨센터나 카네기홀에 갈 때마다 벽에 빼곡히 적힌 개인과 기업 후원자의 이름이 부러웠다는 그는 부임 직후 기업체 임원들로 이사진을 재구성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후원금 유치를 위해서였다.

“기관 대표로서 제 원칙은 ‘지원은 최대, 간섭은 최소’입니다. 예술적인 부분은 성시연 예술감독에게 일임하고 전 측면 지원을 합니다. 기업들에게 무조건 후원을 하라고 하기 보다는 높은 수준의 작품, 문화나눔 프로그램으로 마음을 움직이려 합니다. 창업주의 기일이나 회사 창립 기념일 같은 것도 꼼꼼히 챙기죠. 그에 맞춘 공연을 만들 수도 있으니까요.”

5월 27, 29일 두 차례 공연을 하는 무티는 7차례의 ‘무티 아카데미’에서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하루 4시간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를 연습하고 강의한다. 공개 아카데미라 청중들도 동시 통역기로 ‘연주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다. 경기도실내악축제에 참여하는 주커만도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그는 지난해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븐 워즈니악을 초청해 포럼과 공연을 접목시킨 ‘DMZ 2.0’,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을 초청한 ‘피스앤피아노 페스티벌’ 등의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소비자인 관객, 공급자인 기획사, 투자자인 기업, 세 가지가 문화사업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관객·콘텐트·후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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