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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가 말하는 나의인생 나의건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원로 여의사 장문경박사(81·장문경장학재단 이사장·전한국여자의사회장)가 모처럼 서울대학교병원으로 나들이를 했다.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 과 어려운 이에게 「베푸는 마음」이 정신과 신체의 조화를 이루는 근본이 되며 이것은 곧 내가 걸어온 인생의 좌표이면서 또한 건강의 밑거름』이라고 말문을 열면서 그의 어제와 오늘을 들려준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장할머니는 열일곱에 단신 현해탄을 건너 일본 정화고등여학교와 제국의대를 거쳐 34년 서울 종로에 정화산부인과를 개업, 74년에 문을 닫기까지 40년간 장안에서 손꼽히는 명의로 이름을 날렸었다.
의업에서 손을 뗀 후는 결핵협회의 복십자부인봉사회, 여자의사회일에 참여,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또83년에 전재산을 털어 설립한 장학재단일에도 마지막 남은 힘을 쏟고있다고 들려준다.
워낙에 건강했던 체질이라 이제껏 잔병없이 잘 지내오고 있으나 요 몇년전부터는 걷는데다소 힘이 부친다는 장박사는 그러나 각종 모임에는 꼭 참석한다고.
아침6시에 일어나면 우선 2평반짜리 자신의 방 (서울봉천7동1656) 의 청소부터 하고 손수 아침을 준비한다.
분유에 미싯가루를 탄 우유한잔과 계란프라이·토마토 1개가 고정메뉴다. 점심과 저녁은 밥을 몇술 뜨는 정도의 소식을 한다.
점심후 반시간 가량은 꼭 낮잠을자며 늦어도 밤10시까지는 취침한다는 일과표를 지키고 있다.
외출을 하지않는 날에는 온종일 라디오와 TV앞에서 지낸다. 이것들이 슬하에 자녀가없는 자신의 쓸쓸함을 달래주는 유일한 벗이라는 것.
8살에 부친을 여의고 일찍부터 가난을 맛보면서 자랐다는 장할머니는 어머니에 대한 정을 기리기 위해 여성을 위한 일을 하기로 작정, 산부인과의사의 길을 택했노라고.
여학교와 의학교를 줄곧 수석으로 졸업한 장할머니는 항상 자신의 능력에 교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며,그래서 인술40년에 한번의 오진도 없었다고 회고한다.
독실한 불교도이기도한 그는 운동이란것은 전혀 하지 않고 살아왔다면서 허리가 약간 굽었다는것을 느낄때마다 좀 더 젊었을때 왜 운동을 하지않았을까하고 때늦은 후회도 해 본다며 두툼한 입술을 깨문다. (글 신종호기자 사진 채흥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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