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 명필’후예 한영구…20년 만에 서울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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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심천(心泉) 한영구(76)씨는 ‘해동 명필’이란 별칭을 지녔다. 신라인으로 글씨를 잘 썼던 김생(金生)의 뒤를 잇고 있다는 뜻이다. 심천은 고향 경주에서 50여 년을 서예에 전념하며 절제와 유려함을 조화시킨 고유의 서체를 일궜다.

한국미술관서 오늘부터 서예전

27일 서울 인사동길 한국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심천 한영구 서예 작품전’은 20여 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심천의 근작전이다. 호 그대로 필심(筆心)이 깊은 그의 전서와 행초서가 나온다. 황용수 대구대 명예교수는 심천의 작품세계를 ‘도(道)의 구현’이라고 평한다.

출품작 중 눈길을 끄는 글씨는 ‘윤봉길 의사 출가명(出家銘)’이다. 독립운동가 윤봉길(1908~32) 의사의 마음이 심천의 붓끝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사진)’, 즉 ‘대장부 나라를 위해 집을 나가니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기어린 각오가 웅혼한 글씨로 되살아났다. 이용진 ‘월간 서예문인화’ 편집장은 “소품임에도 그 기세와 장쾌함과 활달함은 대작을 방불한다”고 평했다. 또 심천의 행·초서 작품은 “단필의 용필을 사용함으로써 적절한 긴장감과 강한 필세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3일까지. 02-720-1161.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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