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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키 크는 쌀, 젊어지는 쌀, 살 빼는 쌀 … 기능성 쌀 골라 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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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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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석 기자

Special Knowledge <618> 쌀의 무한 변신 쌀은 우리의 주식입니다. 단일식품으로는 가장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지요. 하지만, 식생활이 바뀌면서 소비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대신 맞춤형 기능성 쌀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이 되거나 다이어트 등 성인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 쌀까지 나와 있습니다. ‘쌀의 무한 변신’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쌀의 세계를 살펴 봤습니다.

쌀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가장 바깥 쪽에 왕겨(과피)가 있고, 그 밑에 쌀겨(미강)가 있다. 그 안에 하얀 쌀 부분인 백미(배유)가 있으며, 한쪽에 쌀눈(배아)이 붙어 있다.

쌀의 영양소는 60~70%가 쌀눈에 들어 있다. 5%는 백미에, 나머지는 쌀겨 부분에 포함돼 있다. 쌀눈에는 두뇌활성화 물질인 가바(GABA)나 비타민·미네랄·옥타코사놀 등이 풍부하다. 쌀겨는 섬유질과 식물성 지방이 많고, 백미에는 탄수화물·단백질이 들어 있다.

쌀은 깎기(도정)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왕겨만 살짝 벗겨낸 상태를 ‘1분도’, 현미 바깥층의 50%를 깎아낼 경우 ‘5분도’ 등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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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는 맨 바깥쪽 왕겨만 살짝 벗겨낸 1분도 상태다. 현미로 지은 밥은 영양소가 살아 있지만, 거칠어 소화가 잘 안 되는 게 단점이다. 전문가들은 현미밥을 먹을 땐 30번 이상 씹는 게 좋다고 권한다.

우리가 많이 먹는 흰 쌀밥은 현미 바깥쪽을 대부분 깎아낸 10분도 상태다. 하얀 색깔과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왕겨·쌀겨는 물론, 쌀눈까지도 제거한다.

| ‘발아현미’ 적합한 삼광·큰눈
혈압 조절, 체지방 개선에 도움
색깔 검은 흑미, 항산화 효과 커

◆광택 있고 맑아야 좋은 쌀=쌀을 고르는 데도 요령이 있다. 우선 광택이 나고 맑은 것이 좋다. 광택이 있어야 밥을 지을 때 반들반들 윤기가 나고, 자르르 기름기가 흐른다. 반대로 색상이 흐린 쌀은 지방성분이 떨어지거나 오래된 제품이다.

모양은 균일한 것을 골라야 한다. 크기가 일정해야 수분이 고르게 배고 밥알의 퍼짐이 일정해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금이 가거나 부서지는 쌀은 도정이 제대로 안 된 것이다.

쌀은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건조해지고 갈라진다. 고온상태로 보관할 경우 지방성분이 산화돼 색깔이 변하고 곰팡이가 발생한다. 이 쌀로 밥을 지으면 묵은 냄새가 나게 된다.

반대로 습한 곳에 두면 곰팡이나 세균이 발생하기 쉽다. 보관 중인 쌀에 벌레가 생기면 알코올 함량이 30% 이상인 술, 또는 알코올을 적신 솜을 그릇에 담아 쌀통에 두면 퇴치에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 쌀은 단일 품목으로 소비량이 가장 많은 주식이다. 하지만, 우리 식생활 패턴이 서구형으로 바뀌면서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2.9㎏이다. 30년 전인 1985년의 소비량(128.1㎏)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5년간 추세를 보면 2011년 71.2㎏에서 69.8㎏(2012년)→ 67.2㎏(13년) → 65.1㎏(14년) 등으로 매년 2~3%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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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보리쌀·밀가루·잡곡·콩류 등 다른 양곡의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11년 7.4㎏에서 7.3㎏(2012년) → 8.1㎏(13년)→ 8.7㎏(14년)→ 8.8㎏(15년) 등으로 증가세다.

쌀 소비가 줄면서 다양한 기능성 쌀이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전북 전주시 만성동과 중동, 완주군 이서면에 조성된 전북혁신도시내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한 기능성 쌀은 10여 종에 이른다. 밥을 지어 먹는 식용 기능성 쌀과 식의약품용 기능성 쌀 등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식용 기능성 쌀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하이아미’ ‘영안’, 어른용 ‘삼광’ ‘큰눈’, 할아버지·할머니 등 어르신을 위한 ‘흑광’ ‘흑진주’ ‘건강홍미’ 등 세대별 맞춤형 품종이 개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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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아미·영안은 키 성장 등 영양에 도움이 되는 아미노산·라이신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식용뿐 아니라 어린이 이유식용으로도 쓰인다.

삼광·큰눈은 발아현미용으로 적합해 혈압 조절과 체지방 개선에 도움이 된다. 특히 ‘큰눈’ 품종은 배아가 일반 쌀보다 3배나 커 발아현미로 가공하면 두뇌활성화 물질인 가바(GABA)가 9배 정도 많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르신들 위한 쌀로 안성맞춤이라는 흑광·흑진주 등은 색깔이 진해 검은빛을 띤다. 안토시안 물질이 풍부해 유해 활성산소 발생을 억제하는 항산화와 피부 노화 억제 등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식의약품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미 ‘눈큰흑찰’ ‘조생흑찰’ ‘고아미’ ‘홍국쌀’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눈큰흑찰은 배아(쌀눈)가 일반 쌀보다 3배나 크다. 배아에는 각종 필수 아미노산과 생리 활성화 물질이 함유돼 있다. 집중력·기억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가바도 들어 있다. 현미의 경우는 가바의 함량이 일반 벼 보다 9배 정도 높다. 발아시킬 경우 그 함량이 22배까지 증가한다.

전남 일부 지역에서 재배하는 눈큰흑찰은 이유식·음료 등 가공식품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백미에 섞어 먹는 혼반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 조생흑찰, 헬리코박터 억제 입증
철·칼슘 많이 함유한 고아미 4호
콜레스테롤 경감 성분 많은 홍국쌀

조생흑찰은 안토시아닌이 많이 들어 있어 항암·항산화 효과가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임상시험에서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억제 효과가 증명되기도 했다.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10주간 실험한 결과, 항생제만 사용할 때보다 조생흑찰 추출물을 함께 투여할 때 제균효과가 11%포인트 높았다. 조생흑찰을 이용한 선식·음료 등 가공식품도 연구중이다.

쌀에는 기본적으로 체지방 감소효과 물질이 들어 있다. 고아미 2호 쌀은 이 기능성을 더욱 증진시켰다. 소화를 저해하는 식이섬유가 일반 쌀보다 3배 더 많이 들어 있다. 때문에 밥을 먹어도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배출량이 많아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이 쌀은 체내 중성지방 감소와 혈당 상승 억제 작용도 한다. 쌀 피자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고아미 4호는 철·아연 등 무기영양소가 풍부하다. 빈혈에 효과가 있는 철의 함량은 일반 쌀보다 70%가 많다. 인체의 면역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아연은 80%, 뼈의 주성분으로 알려진 칼슘은 40%를 더 함유하고 있다. 고아미 4호는 철분 결핍에 시달리는 국민이 많은 중국이나 아프리카 개발도상국 등으로 수출 전망이 밝다. 이를 위해 중국에서 품종 등록까지 마쳤다.

홍국 쌀은 상주찰벼에 붉은 누룩 곰팡이(홍국균)을 접종해 발효시킨 쌀이다. 이 쌀은 콜레스테롤 경감효과가 있는 모나콜린K 성분이 일반 쌀보다 15배나 높다.

◆화장품 원료로 활용=쌀은 비식용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유아용 파우더 개발이 대표적이다. 유아용 파우더는 아기 엉덩이 짓무름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대부분 ‘탈크’ 원료를 수입해 쓴다. 탈크는 광물로 만들어 석면이 검출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우리 쌀 고아미에서 뽑아낸 천연원료가 탈크의 대체 원료로 주목을 받고 있다. 쌀로 유아용 파우더를 만들게 되면 인체에 무해하고 피부 과민반응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아미 유아용 파우더는 민간에 기술을 이전, 시제품 개발까지 마친 상태다.

쌀은 화장품의 원료로도 활용된다. 현미에 포함된 비타민 등 성분을 이용해 보습·안티에이징·미백 제품 등 연구가 활발하다. 또 쌀겨 기름은 감마 오리자놀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기초화장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감마 오리자놀은 보습·항산화 등 효능이 있다.

유색쌀을 이용한 천연색소 소재 개발 연구도 진행 중이다. 흑미·홍미 등 추출물을 활용할 경우 무공해 검정·붉은 색 등을 구현해 낼 수 있다.

하지만 기능성 쌀의 대중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은 홍보가 덜 되고 인지도가 낮아 찾는 사람이 적다. 대부분의 기능성 쌀이 잡곡 코너에 들어가 있을 정도다. 밥쌀용보다 섞어 쓰는 혼반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비싼 가격도 보급 확대에 걸림돌이다. 기능성 쌀은 일반 쌀 보다 2~3배 비싸다. 소비자의 입맛을 잡아끌 수 있도록 식감을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김보경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장은 “기능성 쌀은 누구나 365일 챙기는 주식인 밥을 먹으면서 동시에 건강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며 “앞으로 각 성분별 맞춤형 기능이 더욱 강화된 고부가 제품을 개발해 쌀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키워 가겠다”고 말했다.

쌀을 보관하는 법
♦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
♦ 습기 찬 곳은 곰팡이·세균 생겨 피해야
♦ 새로운 쌀은 묵은 쌀과 따로 보관
♦ 직사광선 노출되면 갈라지고 전분 손실

쌀에 벌레 생기면
♦ 알코올 함량 30% 이상인 술이나 알코올에 적신 솜을 그릇에 담아 쌀통 안에 넣어둔다.

자료 :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도움말=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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