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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아이들 과식 땐 지방세포 수 증가, 성조숙증 일으켜 키 안 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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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보기에도 뚱뚱한데 시어머님은 어릴 때 찐 살은 다 키로 간다며 자꾸 더 먹이세요. 정말 안심해도 될까요.

A.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살이 쪄 보이는 시기가 생후 5~6개월께부터 돌 전까지입니다.
생후 1년 안에 체지방이 25~26%까지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돌 무렵부터 체중 증가 속도는 줄고 키가 급격히 크기 때문에 보통 체형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간 살집이 있는 정도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1년 후에도 아이가 지나치게 통통하다면 병원에 가서 영·유아 검사를 받아보길 권합니다. 검사표에서 체질량지수(BMI)가 85백분위수 이상일 때(비만도가 상위 15% 이내일 때)는 조절이 필요합니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먹을 게 풍족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포동포동하게 살찐 아이도 돌 이후부터 자연스레 살이 빠졌습니다. 지금은 먹을 게 지천에 널려 있는 시대입니다. 대한비만학회 자료에 따르면 성인 비만 환자의 50%는 4~11세 아동 비만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성인이 칼로리를 과다 섭취하면 지방세포의 ‘크기’가 늘어나지만 영·유아나 아동이 과식하면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이어트할 때 지방 세포의 크기를 줄이는 건 비교적 쉽지만 지방세포 수를 줄이는 건 굉장히 어려워 어릴 때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동 비만은 어른과 똑같이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비만 아동의 61%가 고지혈증, 38%가 지방간, 7%가 고혈압을 앓고 있습니다(대한비만학회). 뚱뚱한 아이는 키도 잘 크지 않습니다. 지방세포의 증식은 성조숙증을 일으켜 키 성장을 빨리 멈추게 합니다.

먹는 것은 신생아부터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모유 대신 분유를 먹이고 있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강 교수는 “아이를 달랠 때 무조건 젖병을 물리는 엄마가 많다. 일정한 농도가 있는 모유와 달리 분유는 농도를 맞추기가 어렵다. 농도가 진하면 열량이 높아 결과적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울 때마다 우유를 먹었던 아이는 자라서도 더 많이 먹어야 포만감을 느낍니다. 이유식을 사먹이는 경우 아이가 일찍 단 음식에 입맛을 들이게 돼 어른이 돼서도 고열량 음식을 찾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유아·아동 비만을 막으려면 하루 1~2시간 정도 뛰놀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적정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합니다. 단, 소아는 키가 자라야 하므로 어른처럼 열량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다이어트는 권하지 않습니다.

단백질·무기질 섭취는 그대로 하면서 탄수화물 섭취만 약간 줄이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1~3세는 1200㎉, 4~6세는 1600㎉, 7~9세는 1800㎉ 정도가 권장섭취량이므로 하루 빵 한개, 과자 한 봉지 정도만 덜 먹어 약간의 칼로리만 줄여도 충분합니다. 전체 칼로리의 3분의 1 정도를 단백질로 채우고 과일과 채소를 한 두 주먹 정도 먹이면 됩니다. 11~15세까지는 키가 급격히 크므로 이 정도만 먹어도 살이 자연스럽게 빠져보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살이 찐다면 다른 질환이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뇌에 종양이 있으면 식욕조절부위(시상하부)가 고장나 포만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과식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이나 부신피질에 문제가 생겨도 호르몬 작용 이상으로 살이 잘 찝니다. 프레더윌리증후군이나 터너증후군 등 유전자에 이상이 있어도 비만아가 될 수 있습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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