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파업」홍영표씨등 5명구속|부평공장에 잠입했다 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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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평=김정배 기자】대우자동차부평공장의 근로자농성사건을 주도한뒤 도망쳤던 홍영표씨(28·차체3과·노조대의원·동국대 철학과 2년 제적)등 5명이 유인물을 뿌리기 위해 부평공장지하실로 다시 잠입해있다가 경찰에 붙들려 모두 구속됐다.
인천부평경찰서는 4일 대우자동차근로자 농성사건주동자로 수배해온 홍영표, 유선희(28·엔진부·노조대의원), 한비석(24·엔진부·노조대의원), 이용규(25·제조검사부·노조대의원), 정상국(26·프레스파)씨등 5명을 집회및 시위에관한 법률위반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4월16일부터 시작된 대우자동차 부평공장파업을 주도하면서 일부 종업원들을 선동해 4월19일 하오7시부터 25일 상오5시까지 회사본관 3층 기술연구소를 점거, 철야농성을 하면서 각목·쇠파이프·신나 등을 준비, 불법시위를 벌인뒤 달아났었다.
경찰관계자는『회사측이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이같은 불법행위를 묵인할 경우 앞으로 불법집단 행동이 늘어날 우려가 있으므로 이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 모두 구속한것』 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노사분규가 타결된뒤 농성의 주동자를 구속할 경우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시킨다며 관대한 처분을 주장했었다.
이들은 그동안 서울·인천·부천 등지로 피신해 다니다 4월30일 인천시 가좌동 홍영표씨의 친구 고모씨의 집인 하나아파트E동에모여 회사에 잠입, 준비한 유인물(「근로자의 함성」11호)을 뿌리기로 하고 지난2일 상오3시30분쯤 회사담 철조망을 넘어 들어가 프레스부 지하실에 숨어 있다가 이날 낮12시20분 부평경찰서 형사대에 의해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이 농성을 주도하면서 지난달 23일밤 회사자체 경비원 이종원씨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 왼쪽손등에 타박상을 입힌 사실에 대해서도 조사후 추가로 입건할 방침이다.
이로써 대자자동차부평공장농성사건을 주도, 경찰의 수배를 받아오던 14명 가운데 박재석(26·위장취업자), 김남헌(25·차체2과)씨등 2명만 계속 수배를 받고 있으며 윤호씨(26·차체2과)등 7명은 그동안 경찰의 조사를 받고 일단 귀가조치 됐다.
◇공장잠입=이들은 1일 상오4시30분 회사에 다시 잠입하려고 공장까지 갔다가 경비가 삼엄해 일단 포기하고 아파트로 되돌아 왔다가 2일 상오2시30분 다시 공장으로가 철조망을 넘어 공장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으며 주모자 박재석은 아파트에서 이들과 함께 모든일을 논의하다가 공장 재잠입때는 빠져 행방을 감췄다.
그동안 이들은 경찰의 눈을 피해 각자 따로 행동하면서 연락을 취했던것으로 알려졌다.
◇도피자금=홍은 지난달 25일 새벽 도망치기 직전 농성주동자들에게 3만원씩 나눠준 돈의 출처에 대해『농성에 들어가기전 조합원들로부터 모금한 성금 40만원과 농성중 밖에서 들어온 조합원들이 모아준 30만원등 모두 70여 만원을 갖고 있었다』고 말하고『식당에서 조합원들에게 3만원씩 나눠줄 때 누군가 돈이 어디서 났느냐고 묻길래 무심결에 김우중회장이 주었다』고 말한적은 있으나『분명히 김회장으로부터 돈을받은 일은없다』고 주장했다.
◇유인물=이들이 공장종업원들에게 배포하려고 준비한「근로자의 함성 11호」라는 유인물에는 김우중회장과의 면담내용을 자세히 기록하고 4월5일 김회장과 홍영표씨가 주고받은 합의서 전문, 대우사태에 대한 신문기사내용등을 16절지 14장에 앞뒤로 빽빽이 인쇄했다.
이들이 갖고 있던 유인물 1백부는 모두 경찰에 압수됐다.
이 유인물은 홍씨가 그동안 박재석씨와 함께 대학친구인 고씨집에 머물고 있으면서 원고를 작성했으며 박씨가 4월30일 이를 서울에서 인쇄해 온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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