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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개원 초읽기 돌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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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개원은 이제 시간문제인 것 같다.
12대국회의 임기가 시작되고도 20일이 지나도록 국회문을 열지못한데 따른 비판적 여론의 무게, 그동안의 막후협상, 청와대3당대표회동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개원여건을 무르익게했다. 구체적으로는 협상의 두 조건중 김대중씨문제는 김씨 자신의 양해로 협상대상에서 제외될 눈치고, 양심수석방 문제는 이미 대충 의견이 접근돼 있는 상태.
○…지난달 20일 총무회담이 결렬된후부터 민정당의 대야전략은 협상의 성패가 걸려있는 사면·복권문제에 대한 야당쪽의「오해」를 바로잡기위한 막후접촉쪽으로 중점이 옮겨졌다.
대야창구역을 맡은 한 당직자는 회담결렬직후 『우리는 줄 것이 없는데도 저쪽에서는 방미를 전후해 뭔가 있을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야당쪽의 「오해」를 안타까와했다.
민정당측은 신민당총재·총무단이 협상에 상관없이 개원결단을 내리도록 신호를 보내면서도 △양김씨간의 경쟁관계 △7월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경쟁 때문에 총재단이 큰역할을 못할것으로 내다보고 동교동측과의 교신을 시도.
이 교신에는 총무회담 직전에도 따돌림을 당했던 동교동측의 온건파가 중간역활을 다시 맡았는데 이종찬총무는 『한달동안 집에서 음식먹어본 일이없다』고 할만큼 신민당및 재야인사들과 접촉했고,정재철정무장관·정시채수석부총무도 깊숙이 관여.
이 과정에서 △김대중씨등의 사면·복권문제는 방미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김씨의 최근 움직임이 집권층의 부정적태도를 더욱 굳힐뿐이라는 입장이 전달됐다는 것.
특히 지난달 30일 동교동측에 대한 두번째 「자제촉구」 과정이 첫번째 보다 경고적인 뜻을 강하게 풍김으로써 여권의 단호한 태도를 재확인 시켰다는 것.
민정당측은 동교동측의 태도에 변화의 기미가 있는것으로 판단되자 한 수만 삐끗해도 깨질세라 신중하게 대처하면서 신민당의 당내의견조정을 관망.
○…민정당측은 개원문제를 청와대로 까지 끌고들어가지는 않는다는 생각으로 청와대 3당대표회동에도 당초엔 서두르지 않기로 작정했던 눈치.
이종찬총무도 『위에까지 부담을 끼치면 총무꼴이 뭐가 되느냐』면서 뭔가 성사가 된후 제기할 작정이었던것 같다.
그러나 회동원칙을 결정하면서 청와대쪽에서는 민정당에 택일을 맡겼고, 민정당측은 3일에 있을 이민우신민당총재와 양김씨의 회동에 앞서 청와대회동을 가짐으로써 개원결정에 대한 여건과 명분을 제공할수 있도록 배려.
그러나 대표회동에 대해 그동안 협상에 나섰던 총무들은 좀 씁쓸한 반응들인데 지난1일 비공식 총무접촉에서 김동영신민당총무는『대표회담에서 다 해버리자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민정당총무도 호암아트홀 개관기념리셉션서 이민우신민당총재에게 『개원문제는 우리가 처리토록 하겠다』고 총무들에 의한 해결을 강조했고, 이총재도 『청와대에 올라가도 그 문제는 안꺼내겠다』고 약속.
결국 그동안 막후절충을 통해 타결되는 분위기에 청와대회동은 야당측의 결정을 손쉽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는 분석들.
○…신민당역시 최근의 여건변화에 따라 5월중순의 국회개원을 기정사실화하고 개원협상에 나설태세.
우선 당내에서부터 국회를 더이상 방치하는 것이 야당으로서도 득이 아니라는 다수여론이 형성됐고, 총재단도 이를 바탕으로 5·17이전의 개원이 바람직하다는 인식하에 두김씨와 개별접촉해 풀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
또 사면·복권문제의 당사자인 김대중씨는 지난1일 민추협공식회의석상에서 『여야협상에서 내문제는 뒤로 미루고 협상을 빨리매듭지어도 좋겠다』며 『이번 일을 상대가 있는 만큼 정국경색을 푸는 입장에서 총무가 재량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축성있는 태도를 공식화했다.
김씨는 이같은 입장을 표명하면서 김영삼씨와 김동영총무와도 충분히 상의했다고 말해 개원협상과 관련한 정국운용에 두김씨가 인식을 같이하고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두김씨는 신민당이 민정당의 강경론에 순응하는 인상을 보일 경우 과거 민한당과 다를바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또 정부·여당내 강건파의 힘의 논리가 계속 작용할 우려등이 있다고 보고 대여강경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만당이 달포간, 그것도 대통령의 방미라는 국가적 행사가 있었음에도 강경히 버팀으로써 이쪽의 강력한 입장이 정부·여당쪽에 충분히 전달됐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특히 김대중씨는 개원협상의 결렬책임을 결과적으로 뒤집어쓸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고해서 사면·복권문제는 국회에서 해결토록 하는 신축성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청와대회동결과가 야권내부의 분위기를 한층 긍정적으로 뒷받침해줄것 같다. 특히 신민당은 전대통령이 이신민당총재의 단독요담제의를 받아들인 것으로보고 이총재가 개원후 전대통령과의 단독요담에서 사면·복권문제를 거론, 고위정치절충을 벌일 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총재는 개원 분위기조성을 위해 2일저녁부터 도별로 출신의원들과 모임을 갖기 시작했으며 민정당의 이재형국회의장내정자와도 접촉했고 또 3일낮에는 두김씨와도 만났다.
따라서 신민당측은 자기들의 신축성있는 자세변화에 민정당측이 어느정도 상응하는 태도를 보이느냐에 2차 협상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는 것 같다.
여야는 양심수석방 문제와 관련, 석방의 폭과 방법(사법당국에 여야공동 촉구)에 관해 이미 사실상 양해가 성립된 상태여서 민정당측이 조금만 성의를 더 보인다면 쉽게 타결될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신민당측이 개원시기를 5월중순께로 보는 것은 상호 당내외의 여건조성과 손발 맞추는 작업에 1주일여는 소요될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여야의 이같은 태도로 보아 내주중반에 열릴 여야총무회담은 근두달간 끌어온 개원협상에 마무리짓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배·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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