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극적인 7연패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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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8경기 만에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한화는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9-5로 이기고 7연패를 마감했다. 시즌 3승(13패)째를 올린 한화의 연패 탈출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상영시간 4시간 30분인 한 편의 영화였다.

올 시즌 경기 초반부터 와르르 무너졌던 한화는 이날도 1회부터 불안했다. 1회 초 김태균의 적시타로 1-0으로 앞서갔지만 1회 말 5점을 헌납했다. 1회 말이 무려 50분이 걸릴 정도로 한화 투수들의 제구력이 좋지 않았다. 선발투수 김민우는 공 20개를 던지는 동안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도 잡지 못했다. 3점을 준 김민우는 주자 2명을 남겨두고 조기강판됐다. 덩달아 투수 리드에 실패한 포수 허도환까지 그라운드를 떠났다. 선발 배터리가 1이닝도 막지 못하고 동시에 교체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충분한 준비없이 올라온 투수 송창식과 포수 차일목 콤비도 흔들렸다. 특히 송창식은 최근 등판이 잦다. 이날 전까지 7경기 나와 12와3분의1이닝을 던져 1패, 평균자책점 12.41을 기록하고 있었다. 지난 14일 두산전에서 만루 홈런을 비롯해 벌써 홈런 5개를 맞았다. 결국 송창식은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정훈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준 데 이어 문규현의 희생플라이로 1회에 1-5까지 벌어졌다.

연패를 끊기 위한 한화 선수들의 몸부림은 2회부터 시작됐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공수에서 악착같이 활약하는 이용규가 롯데 선발 박세웅을 상대로 2회 적시타를 터뜨려 2-5로 추격했다. 다른 타자들도 이를 악물었다. 4회에 로사리오가 중견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로 공격 물꼬를 열었다. 1사 주자 2·3루에서 하주석이 2타점 적시타를 날려 4-5까지 쫓아갔다.
그리고 5회 대역전극이 벌어졌다. 4번 김태균과 5번 김경언이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가 선발 박세웅을 강판시켰다. 롯데가 김성배로 투수를 교체하자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성열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타 이성열은 1스트라이크-1볼에서 날아온 김성배의 포크볼을 때렸다. 이 타구는 그대로 우중간을 갈랐다. 6-5로 역전시키는 2타점 적시타였다. 한화의 7연패를 끊는 안타이기도 했다.

투수들도 각성했다. 송창식은 1회와는 다른 모습으로 마운드에 올라왔다. 2·3회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오랜만에 필승조도 제대로 가동됐다. 박정진(1이닝)·윤규진(2이닝)·권혁(1과3분의1이닝)·정우람(1과3분의2이닝)이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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