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액운 막아주는 ‘벼락도끼’ 찾아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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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송의 ‘뇌공도’. 136×70㎝. 18세기 후반.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을 칠 일이지만 옛 사람들의 믿음은 간절했다. 벼락이 떨어진 곳에서 발견한 돌도끼를 ‘신의 선물’로 여겼다. 이른바 ‘벼락도끼’다. 국사시간에 배운,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돌을 갈아 만든 그 도끼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벼락도끼를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를 다스리는 ‘뇌신(雷神)’이 사용한 것으로 믿었다. 질병을 다스리고, 액운을 막아주는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했다.

국립중앙박물관서 '돌도끼'전

세종 23년(1441년) 5월 실록을 보면 “(이 도끼를) 베개 속에다 넣고 자면 마귀 꿈을 없앨 수 있고, 어린애에게 채워주면 놀란 기운이나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 임신한 부인이 갈아먹으면 아이를 빨리 낳게 한다”고 나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동완 학예사는 “세종 때부터 광해군 때까지 벼락도끼와 관련된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7번 나타난다. 성리학 질서가 자리를 잡은 17세기 이후 관련 기록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조선 후기 화가 김덕성(1729~97)의 ‘뇌공도(雷公圖)’에는 왼손에 검을 움켜쥐고, 등에 망치를 걸머진 ‘뇌신’의 모습이 잘 표현돼 있다.

역사 속에 나타난 돌도끼를 돌아보는 ‘벼락도끼와 돌도끼’ 전시가 19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선사시대의 다양한 돌도끼, 조선시대 뇌신 그림과 관련 문헌 등 총 149점이 나왔다. 김동완 학예사는 “19세기 근대 학문인 고고학이 들어오면서 돌도끼도 선사시대 생활도구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전시는 7월 3일까지.

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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