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중의 썰로 푸는 사진] 봄비 먹는 '팩맨'

중앙일보

입력

 
벚꽃이 피는가 싶더니 어느새 졌습니다. 절정의 순간은 늘 짧은가 봅니다. 한 줄기 봄바람에 꽃잎이 휘날리고, 한바탕 봄비에 우수수 떨어집니다.

아파트 화단 바위 위에 떨어진 꽃잎을 봅니다. 비에 젖은 꽃잎이 입을 벌리고 있네요. 봄비를 먹고 있나요.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오래 전 '286 컴퓨터' 시절 유행했던 '팩맨' 이라는 게임이 생각납니다. 입을 냠냠거리며 미로 같은 길을 따라 돌아다니며 아이콘을 먹어치우는 노란색 팩맨을 닮았습니다.

자극적인 기억은 강한 연상작용을 일으킵니다. 비에 젖은 벚꽃 잎에서, 갈라진 연잎에서, 금이 간 장작에서 팩맨의 이미지를 봅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주기중 기자·click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