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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거꾸로 가는 인천공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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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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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
뉴디지털실장

공항에 관해서라면 내 기억 속 미국 뉴욕은 항상 끔찍했다. 14시간의 고된 비행 끝에 겨우 땅에 발을 붙이고서도 입국심사대까지 가기 위해 늘 한두 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으니 말이다. 특별히 운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2013년만 해도 뉴욕 케네디국제공항(JFK)은 미국 공항 중에서 입국 수속이 가장 오래 걸리는 악명 높은 곳이었다. 언론이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은 “국제선 항공편 도착이 매년 크게 늘어나는 데다 특히 JFK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해외관광객이 들어오는 공항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의 빅데이터 콘퍼런스 참석차 지난주에 3년여 만에 뉴욕에 왔다가 깜짝 놀랐다. 거의 도착과 동시에 셀프로 자동입국심사(APC)를 거쳐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천국제공항에도 자동출입국심사대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인만을 위한 시설이다. 반면 APC는 과거 한 번이라도 미국을 방문한 적 있는 비자면제 협약국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 등 8개 국어가 지원돼 외국인으로선 정말 편리했다.

CBP에 따르면 2013년 8월 시카고를 시작으로 JFK 등 주요 공항에 도입한 이후 세계 최고의 보안은 유지하면서 서비스 수준은 크게 올라갔다고 한다. 가령 2015년엔 전년보다 5.1% 늘어난 1억1200만 명의 해외관광객이 미국 공항으로 입국했지만 미국 내 탑10 국제공항의 대기시간은 오히려 3% 줄어들었다. 어떤 공항은 27%나 단축됐다.

그야말로 눈부신 미국의 공항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목격하면서 자연스레 인천국제공항이 떠올랐다. 지난해 평균 입국시간이 29분이었다지만 외국인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특히 올 초 30대 중국인 부부의 밀입국으로 보안시스템이 뚫린 탓인지 “JFK가 악명을 떨치던 시절만큼 입국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한국 땅을 디디자마자 이런 경험을 한다면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아질 리가 없다.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 뉴욕이 관광객 입국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하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우리는 ‘세계 공항서비스 1위’라는 평가에 취해 지난 10여 년을 너무 오만하게 보내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낙하산 사장 2명을 거치며 허송세월을 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뉴욕에서
안혜리 뉴디지털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