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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에 자연·예술을 더하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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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호 26면

브랜드가 예술가들과 협업해 의미와 가치를 더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아트 마케팅은 주요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BMW 그룹의 경우 앤디 워홀이나 제프 쿤스 같은 유명 작가들이 디자인한 ‘BMW 아트카’ 시리즈, 폴 스미스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MINI 스페셜 에디션’ 등을 만들어 왔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뉴 MINI 컨버터블을 출시하며 국내 유명 아티스트 2인과 협업한 프로젝트를 제주도에 선보였다. 이름하여 ‘스테이 오픈 랜드아트(Stay Open Land Art)’다. ?


랜드 아트와 스테이 오픈 ‘랜드 아트(Land Art)’는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생겨난 미술운동의 하나다. 미술관 안에 놓인 고상한 작품을 감상하는 트렌드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시작됐다. 작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계획해 만들어낸 결과물로서 작품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나 지형 등 우연에 의해 작품이 완성돼 간다. 그러다 보니 작품의 의미가 특정 장소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다른 장소로 옮기기 어려운데다 옮긴다 해도 본래 작품이 지녔던 특수성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장소특정적(site specific)’인 작품이라고 불린다. ‘대지미술’이라고도 한다.


랜드 아트를 도입한 MINI의 아트 마케팅은 그동안 축적된 BMW의 아트 마케팅 노하우가 없다면 시작도 하지 못할 야심찬 시도로 보인다. 브랜드와 예술의 결합에 자연이라는 변수를 하나 더 더한다는 것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실패의 위험을 감수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스테이 오픈(Stay Open)’이라는 주제어는 ‘오픈카’ 뉴 MINI 컨버터블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모든 것을 우연적 상황에 열어두고, 작품과 자연의 결합을 시도하는 랜드 아트의 콘셉트에 딱 맞는 이름이었다. MINI의 러브콜을 받은 이광호, 구세나 두 작가 또한 각각 자신의 전공 영역을 넘나들고 있어 ‘오픈’ 프로젝트에 걸맞는 작가들이다. 이광호 작가는 한국의 전통 공예를 현대 감각으로 풀어내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고, 구세나는 세라믹에서 시작해 생활용품이 현대조각이 되는 디자인의 확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광호 작가 작품명 : Blue Wind

구세나 작가 작픔명 : Cockatoo Jug MINI Edition

구세나 작가 작픔명 : Blue Blooms

이광호 작가 작품명 : Blocks

직육면체 조형물서 컨버터블이 등장 바닷가를 품은 제주 더 클라우드 호텔의 초록빛 잔디 위로, 푸른 물이 가득 찬 야외 수영장 너머 초록 잔디밭 위에 이광호 작가의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픈식이 시작되자 직육면체 조형물 한가운데에 아치형 문이 열리며 MINI 컨버터블이 등장했다.


“자동차를 더욱 작게,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부터 자동차가 작은 상자 같은 작품 속에 숨어 있다가 문을 열고 나오는 아이디어를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는 아직 상상의 나래에 빠져있는 소년 같은 모습이지만 이미 세 아이의 아버지다. 작품을 만들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든 과정 속에서 MINI 컨버터블을 위한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도출된 듯 했다. 본래 자동차는 남자들의 가장 큰 장난감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 광경을 편히 앉아 지켜볼 수 있는 호텔 로비에는 테이블마다 앵무새 저그가 보였다. 구세나 작가의 작품이다. 도자기의 하얀 빛 위로 새겨지는 캐러비안 아쿠아 빛깔 작은 동그라미 무늬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앵무새 저그 위 푸른 점으로부터 창문 너머의 수영장, 뉴 MINI컨버터블, 이 작가의 조형물, 그리고 바다로 점점 멀어지며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파란색’ 풍광을 감상하도록 이끈다. 저그 옆에는 한 주먹에 잡힐 정도로 작은 현무암 돌조각이 놓여져 프로젝트가 진행된 곳이 바로 ‘제주’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는데, MINI와 어울리는 섬세하고도 유머러스한 배려로 느껴졌다.


드라이브는 동화 속 세계로 가는 기분 MINI 컨버터블을 타고 가는 길은 동화 속 세계로 들어가는 듯 했다. 숲길을 달렸다가 해가 지기 전 다시 성산일출봉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다시 두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2km 거리를 장식한 캐러비안 아쿠아 색 깃발은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흔들리며 드라이버를 환영했다. 바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깃발 일부를 잘게 찢어놓은 건 제주의 말총에서 영감을 받았다.


호텔로 진입하는 바닷가 잔디밭에는 구세나 작가의 LED 프로젝트가 있다. 화병 밑면을 원만한 곡선으로 처리해 팽이처럼 빙그르르 도는 유머러스한 화병 작품은 구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바로 그 작품에서 영감을 발전시킨 팽이 형태의 조형물이다. 잔디 위에 버섯처럼 올망졸망 나 있는 하얀 조형물은 내부에 캐러비안 아쿠아 LED 조명을 숨겨놓아 사라지는 하늘빛을 대신해 공간을 은근히 푸른 빛으로 물들인다.


제주를 배경 삼은 MINI의 ‘스테이 오픈 랜드아트’ 프로젝트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아트마케팅이다. 자연 속에서 완성되는 예술 작품을 통해 제주를 새롭게 바라보게 했기 때문이다. 캐러비안 아쿠아라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 색깔이었다. 흔들리는 깃발은 제주 삼다(三多) 중 하나인 바람의 존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 이 모든 자연의 존재를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왔던 뉴 MINI 컨버터블 오픈카 드라이빙도 빼놓을 수 없다. ‘자연’이라는 위험부담을 품은 대신 상상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둔 ‘스테이 오픈’ 마인드의 화려한 결과물이다. ●


제주 글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이화여대 겸임교수, 사진 BM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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