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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세월호 1주기 때 만든 영화, 결말 바꾸고 싶어요"

TONG

입력

업데이트

세월호, '잊지 말기로 해'

씨네통, '잊지 말기로 해'

장르

극영화

러닝타임

8분 30초

제작연도

2015

만든사람

이서현(경기예고 연극영화과 3)

제작의도

세월호를 잊지 말아 달라.

줄거리

수학여행을 가던 배가 침몰해 소진을 잃은 승하. 그는 소진을 기억하려 한다.

수상정보

2015 대한민국청소년영상축제 대상, 2015 충무로단편영화제 금상 등

단원고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2학년 교실 10개를

단원고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2학년 교실 10개를 '4·16존치교실'로 보존해왔다. 오는 5월 '존치교실'을 이전하고 재학생의 교실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사진=중앙포토]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입니다. 당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20대 총선에서는 성인으로서 첫 투표권도 행사했습니다. 246명, 살아 있었다면 이 모든 것을 함께 누렸을 친구들의 빈 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이서현 감독은 지난해 봄, 세월호 참사 1주기 무렵 추모하는 마음을 영화로 옮기고자 결심합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주인공 승하가 여자친구 소진을 세월호 사건으로 잃은 지 1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는 하지만, 떠나간 소중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일상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망각을 종용하는 주변 사람들과 점점 줄어드는 세상의 관심 속에서도 승하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꿋꿋이 소진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저 매해 마다 이슈가 될 사건이기 때문에 만든 게 아니에요. 자극적인 소재로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영화들과 분명히 다르다는 걸 보여 주려 고민했어요.”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하며 '소진'을 기억하려는 주인공에게 엄마는 그만하라며 핀잔을 준다. 그러나 그는 그저 묵묵히 사진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끊임없이 세월호와 관련된 콘텐트를 접하며 유가족의 심정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감독의 그런 진정성이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관객에게 전해집니다. 소진을 그리워하며 세월호 기사 스크랩을 멈추지 않는 승하를 향해 승하의 엄마는 이제 그만할 것을 강요합니다. 하지만 승하는 자신을 혼내는 엄마에게 화를 내거나 반발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묵히 소진의 사진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이는 세월호를 잊을 것을 강요하는 사람들과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유가족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처럼 ‘잊지 말기로 해’는 굳건히 기억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는 감독 자신의 의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팽목항 촬영을 위해 밤 11시에 차를 타고 가는데 잠을 못 자겠더라고요. 사고 현장에서 촬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나 봐요.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 감정 조절을 못할 까봐 걱정됐어요. 유가족 분들과 희생자를 위해 만드는 영화인데 내가 울고만 있으면 안 되잖아요. 팽목항에서 촬영하는 이틀 내내 감정을 꾹꾹 누르고, 슬퍼하는 친구들을 다독이며 영화에만 집중했어요.”

주인공은

주인공은 '소진'을 위해 작은 선물을 사 팽목항으로 간다. 팽목항에 노란 리본을 매달고 기억하겠다고 다짐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동경했던 언니를 세월호로 잃은 슬픔, 작품으로 승화

이서현 감독(경기예고 연극영화과 3)

이서현 감독(경기예고 연극영화과 3)

이서현 학생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품었습니다. 그 꿈을 위해 예고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일반고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건 버거운 일이었고, 대학 영화과로 진학하기 위한 도움도 받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서현 양의 눈에 들어 온 건 학교 밖 영화 동아리였습니다. 그곳에서 당시 단원고 2학년 고(故) 김수정 학생을 만납니다. 수정 양은 서현 양보다 한 살 위 언니로, 영화에 대한 철학과 꿈이 그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2014년 4월 17일, 세월호 참사 다음 날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 온 수정 양의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동경했던 언니의 갑작스런 부재는 서현 양에게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놀랐던 것은 경기예고로 편입한 뒤 세월호를 서서히 잊어가는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점점 세월호를 잊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유가족 분들은 얼마나 슬프실까 싶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 영화를 만들었어요. 이제는 영화제에 초청을 받아도 걱정이 앞서요. 이 영화로 인해 유가족 분들이 또다시 아픔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

'승하'가 노란 종이배를 어항에 띄우며 영화는 끝이 난다.

깊은 고민 끝에 영화를 완성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을 수정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승하가 어항에 노란 종이배를 띄우는 열린 결말로 영화는 끝이 나죠. 사실 배가 왜 침몰할 수밖에 없었는지 답을 내리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주변의 강요로 종이배를 놓아 버리는 승하의 모습을 담고 싶어요. 영화를 완성하고 계속 생각해 보니, 세상의 부조리를 잊을 것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결국 또 다른 참사를 만들어 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거든요.”

서현 양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세월호를 계속 다루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좀 더 발전한 생각으로 성장한 영화를 만들어 유가족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습니다.

"의식 있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요."

그녀가 생각하는 영화의 사회적 역할은 '세상을 지켜보는 의식'입니다. 선(善)도 악(惡)도 될 수 있는 영화이기에 관객이 영화를 통해 그릇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감독은 항상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이빙 벨(이상호, 2014)’을 상영했다는 이유로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상황이 너무 마음 아파요. 세상에 관해 논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사회와 정치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지려 해요.”

이서현 감독 추천 -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을 다룬 영화

'빅피쉬' 팀버튼, 2003

"사람들은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과거와 추억을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영화 속 아버지의 삶은 허풍과 과장으로 가득했지만 자신의 삶 자체를 망각하거나 부정하지는 않아요. 일상의 삶이야말로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라고 생각해요."

글·사진=김재영 인턴기자 t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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