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치교실 이전 오늘 협약식, 유족들은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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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함 이전을 위해 제를 지내는 모습. [인천시]

“2년이 흘렀지만 바뀐 것이 없네요.”

“2년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네요”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내일 개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와중에 아들을 잃은 고 최성호군의 어머니(익명 요구)의 말이다. 지난 12일 전화로 연결된 성호군 어머니는 “진상규명도 안 돼 더 힘들다. 조금 더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호군 어머니처럼 유가족들 대부분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다. 100여 명의 유가족이 이날도 안산 합동분향소를 지켰다.

유가족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존치교실(4·16 기억교실)을 이전해 아이들을 또다시 가슴 속에 묻어야 하는 현실이다. 경기도교육청·단원고·종교회의·재학생학부모·유가족·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존치교실문제협의회는 15일 오후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이전 관련 협약식을 할 예정이다. 정확한 내용은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존치교실 이전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공개적으로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았다. 존치교실 때문에 사고 이후 입학한 단원고 일반 재학생들의 수업에 지장을 준다는 지적 때문에 겉으로 적극 표현하지 않아도 유가족들은 내심 존치교실이 영구히 보존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4·16기억저장소 김종천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숨쉬고 뛰어 놀던 공간, 유일하게 아이들의 채취가 남아 있는 공간을 치우기가 쉽겠느냐”며 “유족들은 도교육청에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신입생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면 부족한 교실을 채울 수 있었는데 그렇게 안 돼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일반인 희생자 가족들의 사정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만월당. 납골함의 유리문이 열리고 하얀색 도자기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4월 임시 추모관에 모셨던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36명의 유골함이었다. 16일 정식 개관하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으로 옮기기 위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 추모관은 ‘세월호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이 정한 첫 번째 추모사업이다.

유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효도한다고 보내드린 여행이었는데….” 아버지를 잃은 정명교(35)씨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4월 16일은 그의 아버지가 태어난 날이자 사고를 당한 날이다.

정씨처럼 유가족들도 여전히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배우자가 없는 집에 홀로 있기 싫다며 요양원에 자진 입소한 유가족도 있다. 아내를 잃은 한 60대 남성은 미안함에 반찬도 없이 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

전태호(41)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은 “추모관이 개관하고 유가족들도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상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산·인천=임명수·최모란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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