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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속 빠른 곳서 통째 인양은 세계 최초 … 성공 확률 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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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12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 2년 전 세월호 사고 이후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얼굴 사진이 난간에 고정된 채 바람에 나부꼈다. 일부 가족들은 여전히 팽목항을 떠나지 못했다. 딸 은화(당시 단원고 2학년 1반)를 찾지 못한 조남성(53)·이금희(47)씨 부부가 그렇다. 세월호 인양을 위한 작업이 시작된 이후 한동안 팽목항 임시숙소에서 생활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던 부부는 지난달 다시 팽목항을 찾았다. 이씨는 “요즘 은화 꿈을 자주 꾼다”며 “세월호 안에 은화를 포함한 9명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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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준비 현장 모습. [프리랜서 오종찬]

실종자 9명을 찾기 위한 세월호 인양 작업은 본격 시작 단계 직전에 있다. 현재 선체 내·외부에 부력제를 넣고 있다. 에어백 등으로 5000t의 부력을 확보하면 세월호 선체 중량은 8300t에서 3300t으로 내려간다. 이 상태에서 700t의 힘만으로도 세월호 앞 부분을 5도 정도 들어올릴 수 있다. 이 공간을 활용해 폭 1.8m, 길이 28m의 27개 철제 리프팅빔을 밀어넣는다. 세월호 인양은 이 리프팅빔 양 끝단에 연결된 쇠줄을 들어올리면서 시작된다.

해양수산부는 7월 말까지 세월호를 육상에 올려놓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 태풍이 오지 않고 작업 중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7월 중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반잠수 상태로 대기 중인 플로팅도크에 세월호를 올려놓을 계획이다. 플로팅도크는 2~3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뜬다. 작업이 순조롭다면 세월호는 2년3개월 만에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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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세월호를 인양할 확률을 50% 정도로 보고 있다. 이규열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명예교수는 “맹골수도와 같이 유속이 센 곳에서 선체 절단 없이 끌어올린다는 계획 자체가 세계 최초”라며 “태풍의 영향과 선체 균형을 잡으면서 이동하는 것 등 변수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구남국 동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날씨다. 날씨가 좋지 않으면 대기하거나 장비를 철수시켜야 하기 때문에 인양 기간과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7월까지 육상 인양 목표
에어백 넣어 선체 중량 줄이기 작업
태풍 등 날씨와 잠수사 상태 변수

인양된 선체 추모관 전시 방안 논의
진도군 “주민 의견 엇갈려 합의 필요”

잠수사 상태도 중요하다. 지난해 세월호에 남아 있는 기름을 빼다가 부상당한 잠수사도 있다. 현재 두 척의 현장 작업선에서 잠수사 90명을 포함해 3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진도를 통해 식수와 식량을 조달하고 있지만 넉넉하지 못하다. 인양 업체 관계자는 “급수선을 통해 물을 조달하고는 있지만 육지보다는 물이 부족하다”며 “식량과 생필품 물류비도 예상보다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왕웨이핑(王偉平) 상하이샐비지 현장총괄감독은 “정상적인 잠수 작업은 유속 1노트에서 이뤄지지만 인양 현장은 4노트인 데다 수압도 세다”고 말했다.

7월 안에 세월호가 육지 위에 올려지면 실종자 수색 작업이 시작된다. 세월호를 올려놓을 곳으론 목포 신항이나 광양항이 거론되고 있다. 장기욱 해수부 인양추진과장은 “기술상 배를 옆으로 누운 그대로 육지에 올릴 수밖에 없어 수색 작업에도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배가 옆으로 기울어진 상태라 인양 후에도 내부에 화물 추락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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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에 만든 ‘기억의 숲’과 ‘기억의 벽’. [프리랜서 오종찬]

실종자 수습이 완료되면 선체 보존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그동안 해외에서 인양된 침몰 선박은 대부분 고철로 재활용됐지만, 세월호는 추모관에 전시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인천시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 이어 경기도 안양시에 400억원을 들여 해양안전체험관을, 전남 진도군에 270억원을 투입해 추모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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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양된 세월호가 보존된다면 거리가 가까운 진도군 추모관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진도군청 관계자는 “주민 의견이 반반으로 엇갈려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근 여수시도 엑스포박람회장 부지에 세월호 전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수시 관계자는 “해양 안전을 가르치는 청소년 해양관을 운영할 예정인데 교육용으로 전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영진 해수부 세월호 해양정책실장은 “실종자 수습이 구체화된 뒤에야 선체 활용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도·세종=김호·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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