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줄이고 미혼모 지원할 정책 제시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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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 최고 석학들의 모임이 한국과학기술한림원(1994년 발족)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과학과 정부 정책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의료분야에는 의학한림원이 별도로 있다. 하지만 2004년 발족 이후 10여 년이 넘도록 존재감이 미약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의료법에 설립근거가 마련되면서 법정단체가 돼 힘이 실렸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연구와 정책 제안 등의 활동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정남식 신임 의학한림원장
법정단체로 변신, 연구활동 힘 실려
“원격의료, 국민 편에서 보고서 낼 것”

정남식 연세의료원장(64·사진)이 법정단체로 출범한 의학한림원의 첫 원장으로 선출됐다. 의사·간호사·약사 등 석학 회원 458명의 만장일치 추천을 받았다. 지난 11일 그에게 향후 계획을 물었다.

가장 역점을 둘 연구 분야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이슈다. 저출산 극복을 얘기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인 낙태는 방치하고 있다. 미혼모 문제도 중요하다. 미혼모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선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하지만 지금은 너무 미흡하다. 의학한림원차원에서 낙태를 줄이고 미혼모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 권리가 무시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의료의 틀이 환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환자의 안전이나 인권, 알 권리 등을 높이는 쪽으로 환자-의사 관계를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
 의학 분야나 의료계의 내부 갈등이 국민 건강증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러 현안에 대한 의료계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국민 신뢰를 저하시키는 게 사실이다. 우리 한림원이 제 목소리를 내서 주요 이슈의 방향을 제시하겠다.”
한림원은 어떤 인사로 구성됐나.
“한림원 회원들은 전문학회의 회장이나 이사장을 역임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최고의 전문성을 갖고 있고, 이해 관계에서 자유로우며, 경륜이 풍부하다.”
원격의료를 두고 혼란이 여전히 계속 되고 있는데.
“원격의료 문제가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으로까지 변질됐다. 과거 의약분업처럼 ‘제로섬’ 게임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 의학한림원(NAM)처럼 회원을 중심으로, 비회원 전문가도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려고 한다. 국민 건강에 진정으로 이로운 방안을 담아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할 생각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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