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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과 두 김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두 김씨의 직접 개입으로 1백2석의 대야당이 된 신민당은 생성과정 못지않게 앞으로의 운영에서도 두 김씨로부터 심대한 영향을 받지 않을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기간 신민당의 원내전략·대여관계 정국운영 패턴은 두 김씨의 원격조종에 직접 영향을 받을것으로 짐작된다. 신민당과 두김씨간의 이같은 관계는 이미 많은 국민들 앞에 노출되어 있으며, 두개의 원외사령부가 부닥치면 정국불안이 가중되고, 화합하면 어떤 수확이 올지도 모른다는 정형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두 김씨의 영향력과 이에 대처하는 정부·여당의 또다른 힘이 정국기상도를 좌우하리란 관측과 함께 두힘이 공존하느냐, 부닥칠수밖에 없느냐가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있다.
아울러 두 김씨간의 숙명적인 협조와 견제관계가 신민당의 판세를 좌우하고 있는만큼 신민당의 역할에 대한 전망은 항상 두 김씨와 권력의 대용력을 각기 독립변수로 대입한 연후에 추론하지 않을수 없다.
현재까지 벌어진 몇건의 사례를 놓고 두 김씨의 속셈과 정국전개방향을 점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신민당의 대승, 민추의 부상, 민한당의 분해과정에서 나타난 양김씨의 배후조종과 영향력행사 스타일을 보면 몇가지의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수 있을것 갈다.
우선 두 김씨가 소위 「민주화투쟁」을 위해서는 공동목표를 설정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첫째의 목표는 제5공화국이 만든 정치의 틀을 깨고 정치행태를 구체제로 복원하는데 두고 있다.
이를테면 민한당을 자멸시키고 국민당을 반신불수로 만드는 것이 바로 정부 여당을 간접 공격하는 길이며 그것이 제5공화국의 출범에 대한 효과적인 시비방법이 된다는 생각을 확고히 지니고 있는것 같다.
또 정당구도가 양당제로 회귀하는것은 정국주도에 있어 야당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나아가 자신들의 수권능력을 국민들에게 믿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것 같다.
이런 목표를 향해 두사람은 현재까지 제동없이 전략을 구사해온 셈이며 상대적으로 여당권에 많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두 김씨의 공동전략에는 끊임없이 뻗어나갈 수 만은없는 한계가 있다. 우선 두김씨의 숙명적 경쟁관계때문이다. 두사람이 지금까지 공존과 협조를 다짐해온 것은 두 사람간의 과잉경쟁이 한 원인이 됐던 5·17과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두 진영은 두사람간의 견해차가 곧 파쟁이나 사건으로 확대되고 그것이 국민들에게는 정국불안을, 신민당안에는 세력다툼을 일으키리라는 점을 잘알고있다.
이들은 최근 야권의 대동단결을 위해 과도한 계파경쟁을 하지않기로 새삼 다짐하고, 특정사건을 놓고 투표로 대결하는 것을 지양하기로 합의했다.
또 두 김씨는 최선에만 집착하다가 최악의 선택으로 떨어진 헌정사의 교훈을 기회있을때마다 강조하고 우회 할 수 있는 여유를 의식적으로 보이고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고사하고 신민당내 추종세력들간에도 두 김씨의 외견상 공동보조가 정권적 차원을 뗘난 구국적 동반이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왜냐하면 두 사람간의 관계를 한꺼풀만 벗겨보면 도처에서 치열한 세력다툼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두세력간의 견제심리는 신민당이나 민추에서 나눠먹기식 범폐를 날로 심화시키고 있다. 당직균배는 물론이고 최근 확대개편중인 민추협의 지방조직에도 공동의장제를 도입할정도로 고질화되어가고 있다.
원내전략이나 대여투쟁노선을정하는데 있어서도 신민당의 두세력은 정부 여당을 의식하는것 못지않게 두김씨들의 이해를 저울질 한다.
최근 신민당이 12대국회의 개원조건으로 내세운 김대중씨의 사면 복권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김영삼씨측은 사실상 동일한 정치척 영향력을 행사하면시 김대중씨가 더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 인상을 받는것을 원치않고 있다.
그래서 김영삼씨계의 김동영총무는 이 문제에 최우선적으로 매달렸고, 김대중씨도 자신의 요구와 전략을 강도높게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총무는 자신이 민정당측에 요구할수 있는것은 다 했으며 김대중씨의 사면 복권문제로 국회개원이 늦어지고 빨라지는 것은 이제 김대중씨 자신의 결심에 크게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김대중씨가 사면 복권 문제의 선결을 고집하면 국회개원은 늦어질수 밖에 없고, 정부 여당의 언질 정도로 양해하면 개원국회는 오는 20일전후에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민한당 와해 때는 김영삼씨의 일관된 고집이 김대중씨의 융통성을 봉쇄했으며, 총선거직후 조기전당대회소집 문제는 김대중씨의 견제력이 김영삼씨의 강행의지를 차단시켰다.
이렇듯 두 사람의 이해가 일치하는 문제는 쉽게 신민당의 당론이 결정나지만 견해차가 있을때는 강경론 혹은 고집센 쪽이 이기는 경향을 차츰 나타내고 있다.
양진영 관계나 신민당의 분위기가 강경론이 득세하기 시작하면 여당도 강경해질 것이 불문가지이며 그것은 결국 정국불안으로 나타날 소지가많다.
그래서 신민당안에는 두 김씨의 독선이 작용하면 의외의 사태가 올수도 있지않느냐고 내심 우려하는 시각이 있으며, 만약 양김씨가 급박하게 정국을 몰아가거나 양대세력이 예각적으로 대립한다면 중도의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까지 신민당안에는 해결될수 있는 문제부터 풀어가자는 점진론 내지는 단계적 해결론이 우세하다. 그러나 두 김씨가 대치하고 있는 구조나 양당제아래 야당의 생리로 보아문제해결을 위한 여건조성에 앞서 「투쟁」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성향이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예상되는 학원사태 개헌문제 광주사태에 대한 시비등 신민당으로서도 섣불리 해결할수 없는 문제가 수순을 가리지않고 터져나온다면 점진적 해결보다는 투쟁의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러한 유혹을 어떻게 자제하면서 정국을 현명하게 몰아 목표를 이뤄가느냐가 신민당과 두김씨가 직면한 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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