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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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대국회 개원협상이 진전을 보아 원구성을 위한 국회가 18일 아니면 20일쯤 열리리라고한다.
민정·신민당은 총무단 연쇄접촉을 통해 내주중 여야공동발의로 국회를 열어 원구성에 착수하고 그에앞서 신민당이 원내로 복귀하는 명분으로 제시한 이른바 「선행조건」에 대해 민정당이 신축성을 보임으로써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협상에 대해 우리가 각열한 관심을 갖는것은 원구성이 늦어지는것을 우려해서라기 보다는 협의과정에서 나타난 여야의 입장과 자세가 12대국회의 향방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수있다고 믿기때문이다.
12대국회에 대한 국민의 여망은 한마디로 「정치다운 정치」「성숙한정치」란 말로 요약할수있다. 민주정치란 결국 타협의 예술이다. 자기의 주장만을 고집, 독선 독주하는것은 민주정치의 포기나 다름이 없다.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어야하고 모든 현안을 대화와 토론을 통해 풀어야한다는 것 또한 민주정치의 상식이다. 국회가 정치의 중심으로서 구실을 못하면 정치는 장외로 번지고 만성적
정치불안의 원인을 이룬것은 11대국회가 잘 증언해주고 있다.
여야가 개원 협상에서 한발짝씩물러서 합의점을 찾았다는 것은 민주정치의 기본 툴에 따른것으로 국민들을 일단 안도시킨 대목으로 평가된다.
그렇지 않아도 인위적인 다당제가무너지고 양당정치로 변모한 정치상황을 국민들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선거를 통해 일약 우리헌정사상 가장 강력한 야당으로 부상한 신민당으로서는 지지자들의 정치적요구를 실천해야할 부담을 안게되었다. 그러나 조그마한 양보가 파급시킬 영향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않을수 없는것이 민정당의 입장이다.
극한대립이란 말이 자주 나오고 무언가 정국이 갈 돌아가는 것이 아니잖느냐고 우려하는 근거는 그런데 있는것같다.
현재와 같은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기위해서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믿고 그들이 여유를 갖고 정치활동에 전념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정치인들을 불신하고 매도한다는 것은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거나 다름이 없다.
여러가지 문제들을 풀어가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인내심도 있어야한다. 한꺼번에 이룩하겠다고 다그치면 역효과가 나고 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가 진지한 대화로 해결점을 찾으려는 자세는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좋은 선례를 남긴 셈이된다. 모쪼록 그같은 호양정신이 12대국회의 기조를 이루었으면하는 마음 간절하다.
더우기 북한측의 「남북국회회담」제의에 담긴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호존중에 바탕한 국회의 정상운영은 긴요하다.
뿐더러 구태의연한 정치스타일이 국민의 외면을 받은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번 선거가 남긴 가장 값진 소득은 국민의 의식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정치가 그에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전개되어야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여는 양보의 기술에 한층 익숙해져야할 것이며 야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국정의 책임을 분담한다는 자세로 대안제시에 한층 힘써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새로운 스타일의 성숙정치가 12대국회에서는 기필코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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