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빗나간 선거 여론조사, 유권자 혼란 막게 정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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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4·13 총선은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위한 선거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현역 의원 평가와 컷오프, 총선 후보 선출에 제시된 근거는 늘 여론조사였다.

그렇다면 판단 기준이 되는 여론조사는 정확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동일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를 넘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 의뢰자의 의도에 맞게 여론조사를 해주는 기획 여론조사 기관도 있었다고 한다. 선관위가 적발해 처벌한 여론조사만 100건이 넘는다.

그러니 여론조사를 못 믿겠다는 응답이 믿는다는 의견보다 많은 게 우리 현실이다. 고작 1~2% 응답률로 판세를 예측하니 높은 정확도가 오히려 기적이다. 게다가 주로 집전화에 의존하는 조사 방식 자체의 한계도 있다. 현실에서 집전화 가입자는 줄고 휴대전화는 표본 수집이 어렵다. 대표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엉터리 여론조사 수치가 정치판에선 금과옥조다. 정확성이 의심되고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된 여론조사가 정당의 공천 결과를 좌우하고 유권자의 표심을 출렁이게 만든다.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물론이다. 이번 총선을 놓고 주요 여론조사 기관은 새누리당 157~175석, 더불어민주당 83~100석, 국민의당 25~31석을 전망했다. 실제 결과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여야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선거 여론조사와 관련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면 여론조사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무엇보다 100개 이상 난립한 업체의 자격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이번에 도입된 무선전화 안심번호제를 잘 다듬어 정당뿐 아니라 여론조사 회사에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