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7·G5 쌍끌이 흥행···전작 실패 쓴맛 녹여 달콤한 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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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동진 개발실장(현 무선사업부장·사장) 주재로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갤럭시S6의 판매량이 전작인 S5·S4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일체형 배터리와 듀얼 엣지를 탑재해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터라 충격이 컸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따져보기로 했다. 소비자들은 S6에서 방수·방진 기능, 메모리 확장 기능 등이 빠진 데 불만을 토로했다. 배터리 용량이 부족하고, 밤에 사진을 찍을 때 어둡게 나온다는 비판도 있었다.

고 사장은 “S7은 소비자들이 S6 때 품었던 불만을 모조리 해결해 줘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출시 한 달을 맞은 S7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12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7 시리즈의 출하량은 최근 1000만 대를 넘어섰다.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 기간 1000만 대 돌파 기록이다. 출시 첫 달 판매 실적도 전작인 S6보다 25%나 많다. 국내보다는 미국 등 해외에서 반응이 더 좋다.

| 삼성의 ‘반면교사’ 작전
S6에 쏟아졌던 불만 모조리 해결
방수기능 부활, 배터리 용량 강화

디자인 다듬어 한 달 새 1000만 대

흥행 비결은 전작의 실패를 철저히 복기한 ‘반면교사’에 있었다. 대표적인 게 S5 때 적용했던 방수 기능의 부활이다. 1.5m 수심에서 제품을 30분간 두어도 괜찮을 정도로 기능을 강화했다. 카메라는 화소 수를 줄였지만 새로운 센서를 장착해 어두운 곳에서도 또렷한 촬영이 가능하도록 했고, 더 빠르게 구동한다. 이와 함께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최대 200GB 용량의 마이크로 SD카드를 삽입할 수 있게 했다. 그간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진 약점을 집중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대신 장점으로 꼽히던 부분은 더욱 강조했다. 전작에서 호평을 받은 엣지 디자인을 계승해 부드러운 곡선과 얇은 베젤로 다듬었다. 디자인에 크게 손을 대지 않은 덕에 생산라인 교체와 디자인 변경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고 사장은 “S7의 주요 기능은 고객과의 소통에서 나온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 LG의 ‘환골탈태’ 전략
고성능 카메라 장착 G4 외면받자
세계 첫 모듈 방식으로 새판 짜기
‘재미있는 폰’ 하루 평균 1만 대 불티

LG전자가 내놓은 G5의 돌풍도 무섭다. G5는 국내에서 하루 평균 1만 대가량 팔리고 있다. 출시 첫날 판매량(1만5000대)은 전작인 G4의 3배 이상이다.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도 G5였다. 시장에서는 G5가 2분기에 350만~400만 대 판매 기록을 세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는 G 시리즈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았던 G3의 첫 분기 판매 기록(300만 대)을 넘어서는 것이다.

G5는 전작의 실패를 분석해 도박에 가까운 ‘환골탈태’를 이뤄냈다.

LG전자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은 “G4의 실패를 통해 선두 업체보다 몇몇 성능이 낫다고 해서 소비자의 마음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노는 물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고, LG전자의 팬을 만들고 함께 즐길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G4의 카메라 성능을 예로 들었다. “압도적으로 우수한 카메라 성능을 자랑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제품 역시 좋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판을 새로 짰다. G5는 세계 최초로 서랍처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모듈 디자인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을 고사양 카메라와 오디오 기기 등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 풀메탈 디자인엔 탈착식 배터리가 맞지 않는다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 소비자의 두 가지 욕구를 모두 만족시키려 했다. 브랜드 컬러도 ‘LG전자’ 하면 떠오르는 빨간색을 버리고 경쾌한 느낌의 라임색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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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갤럭시S7과 G5의 흥행을 “혁신 제품이 침체된 시장을 살려낸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S7와 G5의 훈풍으로 그간 얼어붙었던 ‘프리미엄폰’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이른바 ‘20% 요금 할인’ 가입자가 650만 명을 돌파했다. S7·G5 출시 이후 프리미엄폰을 사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말기 값이 비싼 프리미엄폰의 경우 20% 요금 할인 혜택이 지원금(보조금)보다 커 ‘프리미엄폰=20% 요금 할인’이라는 구매 공식이 만들어질 정도로 20% 요금 할인 이용률이 높다. 관련 액세서리 시장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4∼10일) G5·갤럭시S7 전용 액세서리 판매량은 전주보다 각각 35%, 13% 늘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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