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퇴시대 재산리모델링] 저축 전혀 못하는 40대 전업주부…자녀 교육와 노후자금 마련에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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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두 살 연상 남편과 초등생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 김모(42)씨는 노후가 슬슬 걱정된다. 남편이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7년 밖에 안 됐는데 50대 초반만 넘기면 조기퇴직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런데 아파트 하나를 빼면 노후자금은 모아둔 게 거의 없다.
김씨네는 어렵겠지만 생활비를 더 줄여야 겠다. 수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노후 생활자금을 만들려면 지출을 줄여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다. 투자자산의 수익률도 높이자.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배당주펀드나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가 대안이다. 자녀 성장과 더불어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도 적극 고려해보자.


| 집을 옮길 때는 이사비용 고려

가장 큰 고민은 자녀가 진학하면서 집을 옮겨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는 망포동과 영통동을 중심으로 광역 교통체계와 대형 상가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인기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광교를 비롯한 택지개발 지역도 상권이 형성되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인기지역 안에서는 굳이 이사를 할 필요가 없다. 이사를 하게 되면 부동산 중개수수료, 이사비, 취·등록세를 부담해야 한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김씨네로선 자칫 실질 자산이 감소할 수도 있다. 앞으로 자녀 사교육비가 늘어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집을 매매하지 말고 학교 가까운 곳에 전월세를 사는 게 유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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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신보험 환급금은 연금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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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네는 사망 또는 사고, 질병 리스크에 대한 보장 준비는 잘 돼 있는 편이다. 다만 노후 준비에는 취약점이 보인다.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녀 교육을 마칠 때까지 아직 14~15년이 남아 있어 노후 자금을 만들 여력이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은퇴자가 필요한 생활자금은 월 220만~230만원인데 실제 준비된 금액은 110만원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110~120만원이 부족한 셈인데 김씨네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럴수록 재산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현재 보장성 보험으로 준비하고 있는 종신보험은 자녀가 다 성장하고 가장의 사망에 대한 리스크 부분이 많이 감소되면, 주계약 부분의 해지 환급금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가입하고 있는 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을 계속 유지해 연금 재원으로 사용해 노후자금을 불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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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률 높이는 금융투자 확대

소득을 늘리기 어렵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늘려야 한다. 우선 개인종합저축계좌(ISA)를 활용해 원금보존추구형 신탁에 가입하자. 이 상품은 500만원까지 연 5%의 이자를 비과세로 받을 수 있어 정기예금의 대안으로 최적이다. 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펀드도 유망한 투자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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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한도로 10년간 비과세를 누릴 수 있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활용도 고려해볼 만하다. 장기 적립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소비시장에 투자하는 펀드가 좋겠다. 100만원씩 연 5%의 수익으로 10년을 적립하면 1억5000만원의 목돈을 쥘 수 있다. 그러나 이걸로는 퇴직 후 10년도 버티기 어렵다. 김씨 남편은 회사 취업 기간이 짧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도 많이 쌓기 어렵다.

  따라서 근로소득을 늘려야 한다. 당장은 자녀가 어려 어렵겠지만 자녀의 성장과 더불어 김씨 자신도 직업을 준비하고, 남편 역시 퇴직 후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미리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반퇴시대에는 미리 인생 후반을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의 질이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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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에 익숙해져라
반퇴시대 대비의 필수

과거 은행에 가는 주요 목적은 주로 현금 인출이었다. 인출신청서에 계좌번호를 쓰고 도장까지 찍은 뒤 차례가 올 때까지 대기해야 했다. 불과 10년 전까지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이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는 일도 부쩍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ㆍ스마트폰을 활용한 전자결제를 통해 많은 현금이 오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경조사에도 현금 대신 전자적인 수단을 통해 해결하는 시대가 됐다. 경조금을 보내줘야 할 대상자의 통장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 같은 수단을 통해 척척 해결된다. 휴대전화가 카톡을 통해 연결돼 있으면 카톡머니로 돈을 보낼 수 있어서다.

 이같이 이제 돈은 디지털 세계로 깊숙이 이동하고 있다. 신용카드조차 모두 스마트폰에 흡수되고, 삼성페이 같은 다양한 전자머니가 갈수록 기존 화폐를 대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발달로 이런 흐름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퇴직해도 경제활동이 필요한 반퇴시대를 살아가려면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필수라는 얘기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으면 자산 관리와 투자에 당장 걸림돌이 된다. 주식투자를 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증시 시황을 따라잡으려면 손 안의 스마트폰이 있어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정보를 흡수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와 산업 흐름을 수시로 확인하려면 디지털이 제격이다.

 물건을 살 때도 디지털 결제가 갈수록 보편화하고 있다. 귀찮다는 이유로 디지털의 변화에 둔감하게 대응하면 점차 디지털 문맹에 빠지기 쉽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개인적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생활 전반에 걸쳐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계가 되면 될수록 여기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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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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