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치원·어린이집 이틀 무단결석 땐 가정방문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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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이 이틀간 무단결석을 하면 교직원은 직접 아동이 사는 집을 찾아가야 한다. 이때 아동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거나 학대가 의심되면 경찰에 바로 신고해야 한다. 취학 전의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내용의 유치원·어린이집 아동학대 조기 발견 및 관리·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이달 중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배포할 예정이다. 지난달 경기도 평택에서 7세 원영이가 가정학대로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원영이는 유치원에 다닌 적이 있고 한 달간 무단결석을 하고 퇴학 처리됐지만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학 이전 단계 아동의 보호와 관리 강화를 위해 매뉴얼 작성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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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은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이 무단결석할 경우 교직원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적혀 있다. 담당 교사는 결석 첫날부터 유선으로 연락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고 다음 출석일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연락이 닿지 않으면 계속 연락을 취해야 한다. 무단결석 이틀째에도 연락이 안 되면 교직원과 읍·면·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업무 담당자가 2인 1조로 가정방문을 한다. 가정방문에서 학대가 의심되거나 아동의 소재와 안전이 파악되지 않으면 경찰이나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 이달 중 매뉴얼 배포·시행
평택 7세 아동 사건 계기로 마련
첫날부터 유선 연락해 안전 확인

자퇴 땐 아이 동반해 신청서 내야
“현장에 상당한 부담 … 보완책 필요”

퇴학 시 관리 절차도 강화된다. 지금까지 초등학교 이전은 의무교육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퇴학이나 전출에 대한 명확한 절차가 없었다. 앞으로는 학부모가 이사나 질병 등의 자퇴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은 자퇴신청서를 작성해 유치원에 제출해야 한다. 사유가 명확하지 않거나 가정에서 양육하겠다고 할 경우 부모는 아동과 함께 유치원 등에 방문해 자퇴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동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거나 학대가 의심되면 교직원이 수사기관에 신고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사전에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보호자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요청한다. 동의서에는 결석할 경우 사전에 연락을 해야 하며 연락이 닿지 않으면 가정방문을 한다는 내용을 안내한다. 또 무단결석 시 개인정보를 수사기관 등에 제공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입학 시기에 학부모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명이 없어도 아동학대 수사는 의뢰할 수 있다. 동의서는 학부모에게 경각심을 주고 가정방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매뉴얼 내용에 대해 정광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장은 “결석을 할 경우 전화로는 아동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가정방문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애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부이사장은 “유아는 여행이나 집안일 등 부모와 동반해서 무단결석하는 경우가 초·중학생에 비해 훨씬 많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무조건 가정방문을 하거나 신고를 하게 되면 교사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유치원·어린이집 역시 아동학대 예방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다만 소규모 유치원은 교직원 수가 적어 가정방문이 어려울 수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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